“‘프리 라이딩’이란 표현을 자제해 달라.” “망 중립성이란 표현 자체가 중립적이지 않다.”

 언어는 존재를 규정한다.

 망 중립성 논란이 거세지면서 망 중립성을 둘러싼 ‘용어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통신 업계와 인터넷·콘텐츠 업계는 각기 자신들의 입장을 나타내는 용어를 확산시키고 불리한 표현은 논의 과정에서 제외시키려 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 업계는 ‘프리 라이딩’(free-riding)이란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한다. ‘프리 라이딩’은 인터넷 및 콘텐츠업체들이 통신사업자들이 투자해 구축한 인프라를 아무 대가 없이 사용하며 수익만 얻는다는 의미다. 통신 업계의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며, 통신사업자들이 망 중립성 이슈를 제기하면서 빠뜨리지 않고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인터넷 및 콘텐츠기업들은 ‘프리 라이딩’은 어불성설이라고 본다. 인터넷업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있기에 사람들이 통신망을 사용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콘텐츠가 없으면 통신망을 이용할 이유도 없고, 따라서 통신사업자들의 비즈니스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 콘텐츠로 통신사업자들이 얻는 이익은 생각하지 않고 ‘프리 라이딩’을 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이미 통신사업자가 이용자로부터 트래픽 요금을 받고 있으면서도 콘텐츠 업계에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떠넘기는 것은 이중과세이며, 영세업체에 치명적이라는 입장이다.

 ‘망 중립성’이란 표현은 양측 모두 그다지 달가와하지 않는다. 통신사업자들은 ‘망 중립성’이란 표현이 ‘망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가치를 담고 있다고 본다. 용어 자체가 통신사들의 의무만을 강조한 비중립적 표현이라는 입장이다.

 인터넷 및 콘텐츠 업계에서도 ‘망 중립성’이란 용어 사용에 조심스럽다. ‘중립성’이란 가치를 나타내는 용어가 논의의 중심이 되면서, 실제로 트래픽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묻혀 버릴 수 있다는 우려다. ‘망 중립성’이란 표현에 담긴 가치를 놓고 통신 및 콘텐츠 업계가 의견 차이를 좁히기 힘든 토론을 벌이는 것보다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술적, 관리적 문제를 의논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