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업이 미래 먹을거리를 위해 10여년전부터 진행된 지역전략산업 진흥사업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주 광산업은 지난 2000년부터 내년까지 R&D와 인프라구축에 8477억원 투입이 예정된 가운데 올해 전체 매출이 3조5000억원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예산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09년 광주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힘을 보탰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 잘 닦아온 R&D 역량을 강화하고 제품의 질 향상, 해외 판로 개척 등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광주 광산업 현주소와 미래 방향을 진단해본다.
◇ 100억 매출 스타기업 ‘쑥쑥’=IMF 여파로 전 국민이 시름에 빠진 지난 1998년, 위기 극복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광산업 육성 프로젝트는 광주 경제지도를 확 바꿔 놨다. 그 동안 광주시 경제를 주도했던 자동차, 가전산업과 함께 광산업이 3대 주력산업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한국광산업진흥회가 발표한 ‘2010년 광주 광산업 현황 및 2011년 전망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 광산업은 지난 10년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47개에 불과하던 업체 수는 지난해 360개로 8배 가까이 늘었고, 고용인원도 1999년 1896명에서 2010년 8004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 규모도 1999년 1136억원에서 지난해 2조5400억원으로 10년새 23배 가까이 성장했다.
광주 광산업체 중 LED 분야의 LG이노텍, 포스포, 광주인탑스와 광통신 분야의 우리로광통신, 오이솔루션, 휘라포토닉스 등은 괄목 성장 했다. 기술력과 시장 잠재력을 믿고 광주에 둥지를 튼 기업들은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적인 인터넷 열풍과 기후변화에 따른 녹색성장 공감대가 퍼져가면서 광산업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에 힘입어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기업이 22개를 넘어섰다. 중소기업에 ‘100억 클럽’ 가입은 단순한 경영지표가 아니라 회사 경쟁력을 인정하는 또 다른 지표로 활용된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 기업이 코스닥시장 등록을 위한 기업공개(IPO) 절차를 추진 중이어서 조만간 광주 광산업 클러스터 ‘제1호 코스닥 기업’이 등장할 전망이다.
◇ 경쟁력 비결은= 광주광산업은 1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 비결은 정부와 지자체의 맞춤형 지원과 첨단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광산업 클러스터 구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첨단산단에는 광주과학기술원을 비롯해 광주테크노파크, 한국광기술원, 한국광산업진흥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호남권연구센터, 전자부품연구원 광주본부, 생산기술연구원 호남권본부, 연구개발특구본부 광주기술사업화센터 등 광산업 발전 추진체가 집적돼 있다.
광 관련 전문연구인력 460여명이 상주해 있고, 현장인력 배출을 위한 인력양성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광산업집적화단지(26만㎡)와 LED밸리(31만㎡)도 조성돼 있다. 지원기관이 밀집되어 있다는 것은 대덕에 이어 광주가 제2 R&D특구를 꿈꿀 수 있는 기반이다.
광주시 기업 유치 노력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R&D 특구로 지정된 광주시는 500억~6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첨단산단 기업과 연구소에 지원할 계획이다. 또 광주로 이전하거나 신규로 창업하는 기업과 연구소에 각종 세금을 감면하고 보조금을 지원한다.
김용환 광주시 경제산업정책실장은 “광주로 기업을 이전할 경우 수백억원에 이르는 연구개발비, 세제감면, 보조금 지원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또 다른 10년 육성 플랜이 필요하다= 광주는 광산업을 통해 ‘첨단산단의 메카’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아직 섣부른 감이 있다. 경쟁국인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해와 광주광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예산지원은 내년이면 모두 종료된다.
실제로 광주 광산업이 세계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에피웨이퍼와 광스플리터는 중국의 강력한 도전으로 선두자리를 위협받고 상황이다. 중국은 올 초 10개 기업에 LED 에피웨이퍼 제조장비인 MOCVD를 100대 이상 증설했고 중국 선전에 1000억원 규모 스플리터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해 광주광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위협과 함께 장비 노후화와 해외시장 개척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광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하고 새로운 장비 도입이 절실하다. 신기술 개발과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장비의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신규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충당할 재원이 없어 대당 50억~80억원에 달하는 EMC장비 도입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해외시장 개척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해외시장 정보를 실시간 분석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필수 마케팅 수단이 됐지만 연간 예산은 고작 20억원 수준이다.
광주지역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먹을거리 확보 차원에서 국가예산을 지원하고 자립토대를 갖출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전략산업과 선도산업이 종료되는 2013년부터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장기적인 ‘광산업 마스터플랜’이 세워져야 한다”며 “지역산업 전반의 연계강화와 융합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업을 구성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LED 제조기업인 케이엘텍 박경일 사장은 “자본력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생존하려면 한발 앞선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R&D와 해외 마케팅 등 정부 지원이 이어진다면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