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가 시장을 평정하면서 독주체제를 굳혀가고 있는 준대형 세단 시장에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적수가 등장했다. 르노삼성의 2세대 SM7이다. SM7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4년 12월. SM5와 같은 닛산 티아나를 베이스로 차체를 키우고, 배기량이 높은 엔진을 장착했다. 닛산의 강력한 VQ 35 엔진을 얹은 SM7 3.5는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으며 준대형차 시장에서 르노삼성 존재를 확실하게 부각시켰다.
데뷔 7년 만에 등장한 2세대 SM7은 이전 모델과 달리 닛산 티아나 플랫폼이 아닌 현재의 SM5와 같은 르노 라구나 플랫폼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휠베이스를 비롯한 차체 크기를 키워 SM5와 확실하게 차별화했다. 전장, 전폭, 전고가 4995×1870×1480㎜며 휠베이스가 2810㎜다. 현대 그랜저와 비교해 보면 길이가 85㎜ 더 길고, 폭과 높이가 10㎜씩 더 길며, 휠베이스는 35㎜가 짧다.
뉴 SM7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지금까지 SM시리즈들이 그랬듯 절제된 세련미를 추구한다. 대형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차별화된 럭셔리를 강조하고 있고, 헤드램프에는 상하향 바이 제논과 주행 방향에 따라 램프도 회전하는 코너링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다소 보수적인 SM7 전체 디자인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화려한 포인트는 회오리를 연상시키는 투톤 알로이 휠이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움을 잘 살려내면서 넓고 여유롭게 완성했다. 대시보드는 스티치를 넣어 고급스럽게 꾸몄다. 스티어링 휠은 SM5와 동일한데 차가 더 커서 그런지 직경이 작게 느껴지면서 의외로 스포티한 맛이 난다. 그리고 그 뒤에 동급 최초로 패들 시프트를 장착했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과 파노라마 선루프 등 고급 장비와 함께, 헤드레스트의 날개 부분을 접어 머리를 잘 받쳐 주는 에비에이션 헤드레스트도 시선을 끈다. 동급 최초로 적용된 최고급 나파 가죽은 은은한 펄 코팅으로 무척 고급스럽다. 뒷좌석은 무릎 공간을 기존 모델 대비 최대 70㎜ 확대해 넓고 안락하다.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4.8kg·m를 발휘하는 VQ25와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33.7kg·m를 발휘하는 VQ35 엔진을 장착했다. VQ 엔진은 잘 알려진 것처럼 무려 14년 동안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될 정도로 그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명품 엔진이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VQ35다. 시동을 켜자 무척이나 조용한 실내가 먼저 뉴 SM7의 가치를 전달한다. 정숙성은 동급 최고라 할 만하다.
변속기는 수동모드를 갖춘 자동 6단이다. 그리고 국내 최초로 스포츠 모드를 따로 준비했다. 시프트 패들과 스포츠 모드는 다이내믹한 주행을 위한 매력적인 장비지만 세팅이 정교하지 못하고, 차의 성격과는 그리 잘 어울리지 않았다. 엔진 성능도 기대만큼의 파워풀한 가속력을 보여주진 않아 전반적으로 강력한 스포츠 주행보다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추구하는 성격이었다. 또 하나 인상 깊은 부분은 충격을 잘 흡수해 승차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코너링에서는 상당히 우수한 롤 억제력을 보여주는 서스펜션이다. 안락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잡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뉴 SM7은 기대치 이상의 매력을 보여 주었다. 유럽 성향의 르노 플랫폼으로 갈아탄 이점이라 생각된다.
SM7은 넉넉한 공간과 편안한 주행을 목적으로 하는 패밀리 세단 혹은 비즈니스 세단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넉넉한 공간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존재감을 충분히 부각시킬 수 있는 익스테리어 디자인이 이런 점을 뒷받침해 준다. 주행 시 안락함과 함께 안정성도 잘 갖춘 편이다. 경계해야 할 호적수의 등장으로 그동안의 그랜저 독주체제에는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글·사진=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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