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 꿈꾸는 자, 꿈 접게 하는 자

 우리 젊은이들이 최근 잇따라 외국에서 기분 좋은 우승 소식을 전했다. 일본의 여자 축구팀 월드컵 우승 감격에 미치지 않을지 몰라도 의미가 매우 큰 우승이다.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서 우리 고등학생들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8년만의 우승이다. 이 대회에 참가한 후 처음으로 전원이 금메달을 땄다.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선 중국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국제생물올림피아드 성적은 종합 6위다. 수학, 지구과학, 천문 등 다른 과학올림피아드에서도 곧 좋은 소식이 들릴 것이다.

 국제과학올림피아드가 과학 올림픽이라면 ‘이매진컵’은 정보통신기술(ICT) 월드컵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한다. 2011년 대회 본선이 지난 주 끝났다. 윈도폰7 경쟁 부문에 나온 우리 팀 둘이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2008년 단편영화, 2009년 임베디드, 2010년 차세대 웹 부문에 이어 4회 연속 우승팀을 배출했다. 지난 5월 열린 세계 최대 청소년 과학경진대회 인텔 ISEF에서 5팀, 10명이 수상하는 최고 성적을 거뒀다.

 우리 젊은이들이 정말 대단하다. 과학 이해도와 창의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쟁쟁한 외국 친구들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한다. 또 즐긴다. 우승을 놓쳐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경쟁자를 축하한다. 국제 감각까지 우수한 우리 디지털 세대의 유쾌한 질주다.

 이들은 저마다 큰 꿈을 꾼다. 과학올림피아드에 나간 과학고 학생들은 더 공부해 세계 어느 과학자도 풀지 못한 문제에 도전한다. 이매진 컵에 나간 대학생들은 세상에 없는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가 되고 창업하는 꿈을 꾼다.

 다음 장면은 어떻게 이어질까. 모두에겐 아니겠지만 높디 높은 벽이 곧 이들 앞에 등장할 것이다. 기성세대와 현실이라는 벽이다. 과학고 학생들은 “이공대를 쳐다보지 말고 의대에 가라”는 부모, 친척과 교사의 성화에 시달린다. 대학생들은 “엉뚱한 생각 말고 경영대학원이나 대기업에 들어갈 궁리나 해”라는 주변의 조언에 귀가 따갑다.

 이런 충고가 현실에선 정답이다. 의사라고 애환이 없겠느냐만 고달픈 밤샘 연구를 일삼고 끊임없이 지식을 습득하는데도 일할 기간은 더 짧은 과학자와 엔지니어, 개발자보다 확실히 나은 직업이다. 기존 기업도 변화무쌍한 기술과 시장 환경 변화에 ‘헉헉’대는데 갓 나온 기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꿈꾸지 않는 자는 절망도 없다.’ 버나드 쇼의 말이다. 우리 기성세대는 자녀 세대가 절망할까 걱정한 나머지 아예 꿈을 꾸지 말라고 외친다. 젊은이들이 온갖 회유와 협박(?)을 견디고 제 꿈을 좇기란 이다지도 힘든 일이다. 이런 사정이 비단 과학과 정보통신 기술 분야뿐이겠는가. 인문학, 예술, 스포츠 모두 마찬가지다.

 꿈을 접게 하는 많은 이들에 둘러싸인 젊은이에게 남과 다른 꿈을 꾸고 도전하란 것은 무책임한 말이다. 어쩌면 위선이다. 수험생 자녀를 숨기고 수능 문제를 내는 교사와 위장 전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공직자가 자녀에게 정직을 부르짖는 것과 같다고 할까.

 우리 기성세대는 젊은이에게 꿈을 꾸라, 말라 더 이상 말하지 말자. 우리부터 새 꿈을 꾸자. 젊은이는 결코 실행할 수 없는 꿈이다. 과학자와 엔지니어, 개발자가 되면 사회, 경제적 성공을 인정받는 풍토를 만드는 꿈,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 기회가 쉽게 열리며, 실패해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도전할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꿈이다.

 그러면서 이따금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자. 성큼성큼 쫓아오는 젊은이들에게 우리 기성세대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줄 물음이다. ‘나는 꿈을 꾸는 자인가, 꿈을 접게 하는 자인가.’


 신화수 논설실장 hssgi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