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를 선택하셨습니다. 오늘의 추천메뉴는 탕수육입니다. 탕수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냉장고에서 돼지고기를 꺼내 주방 요리대에 올려놓자 어디선가 친절한 설명이 들려왔다. 흰 요리대를 스크린 삼아 요리법 영상까지 나왔다. 버튼을 누르자 스크린에는 냉장고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가 펼쳐졌다. 재료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물산 그린투모로우에 있는 주방은 이처럼 똑똑했다. 씨브이네트가 개발한 ‘무선전자태그(RFID) 주방관리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RFID를 식재료 포장이나 그릇 밑면에 부착해 놓으면 위치는 물론이고 유통기한과 조리법까지 알 수 있다. 냉장고가 창고로 변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고 그릇이나 요리도구를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린투모로우는 삼성물산이 용인 기흥구 중동에 지난 2009년 11월 약 400㎡ 규모로 문을 연 친환경 건축물. 68가지 기술을 이용해 화석에너지 사용을 ‘0’으로 유지해준다.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조금만 세심하게 살펴보면 이보다 스마트한 집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 중심에는 물론 IT가 있다.
거실에 들어서자 LED 등으로 밝게 빛나는 실내와 함께 정면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이 눈에 띄었다. “지금 이 TV에는 직류 전원이 공급되고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직류(DC) 구내배전 시스템을 통해 직류가 직접 집안에 공급되면서 가전제품이나 LED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 벽면에 붙은 스마트패드 크기 화면에는 건물 전체가 사용하는 에너지양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집 안의 중요한 정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에너지 사용정보 확인, 실내온도 조절, 출입관리, 통신 등이 가능토록 한 ‘홈 네트워크 시스템’이었다. 또 ‘실내환경 센서제어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어 장대비가 쏟아져 후텁지근한 바깥과 달리 실내공기가 쾌적했다.
주방에는 대기전력 차단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사용하지 않지만 전원이 연결돼 있는 가전제품을 찾아내 전력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수동으로 한자리에서 조작할 수도 있다.
침실에 들어서면 이 건물에서 가장 흥미로운 스마트 홈 기술을 만날 수 있다. 바로 ‘RFID 의류관리 시스템’이다. 대형 화면에는 RFID가 부착된 의류 위치가 모두 나타난다. 어떤 옷이 어디 있는지 옷장을 열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의류 상태를 점검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구입일과 마지막 세탁일 정보까지 제공해준다. 계절과 날씨·스케줄에 따라 그날에 맞는 옷을 추천해주는 코디네이션 기능도 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기술은 ‘침실 환경조절 시스템’이다. 파나소닉 제품이 사용된 이 시스템은 음악과 조명·진동을 이용해 취침과 기상을 돕는다. 잠을 잘 때는 부드러운 음악과 함께 발 부근에서 진동이 일어 마사지를 해주며 일어날 때는 조명이 켜지면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려주는 식이다.
욕실에는 건강 관련 스마트 기술이 적용됐다. 홈 케어 시스템은 맨발로 올라서면 체중·혈당·체지방 등을 자동으로 측정해 이를 저장·분석해준다. 매직미러를 통해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양변기에는 당뇨를 측정하는 시스템이 내장돼 있다. 지문을 입력하면 이를 인식해 가족 구성원별로 결과를 분석해준다. PC로 곧바로 결과를 보낼 수도 있다.
서재도 책만 보는 장소가 아니었다. 인터넷과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를 연결, 영상회의와 문서공동작업·전자결재 등이 가능한 재택근무 지원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특히 서재에서 건물과 차량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어 안전하고 편리하다. ‘오디오 파일 공유 시스템’을 통해서는 홈 서버에 저장된 음악을 네트워크에 연결해 서재를 포함한 모든 장소에서 재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천장에 부착된 절전 조명 제어 시스템이 실내로 유입되는 빛의 양을 측정, 조명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모든 실내를 둘러보고 나오는 과정에서 그린투모로우의 마지막 비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나무 마루 아래 총 1만개의 RFID가 촘촘히 설치돼 있다는 것이었다. RFID 위치인식 시스템은 로봇이나 전동 휠체어 등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몸이 불편한 사람이 실내에서 쓰러질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고 홈로봇이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실내를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기술개발 속도와 가격 하락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스마트 홈이 언제 완벽한 상용화에 이를지는 못 박을 수 없다”면서도 “획기적으로 개선된 기술 등을 꾸준히 반영해주기 위해 그린투모로우 리모델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