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노동조합의 ‘조용한 파업’이 3주째 계속되고 있다. 처음 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자 은행을 찾는 고객의 불편이 예상됐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대규모 예금 인출이나 고객 이탈 현상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비대면 거래의 증가다. SC제일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전체 거래 고객 가운데 약 174만명이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인터넷뱅킹·텔레뱅킹·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이뤄지는 거래가 전체 거래횟수의 92%에 달했다. 10명 가운데 9명이 비대면 거래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입·출금, 계좌이체 등의 기능은 물론이고 공과금 납부 등도 최근에는 비대면 거래로 가능하다. 따라서 고객 입장에서는 큰 금액을 대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창구를 활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SC제일은행의 각 지점에서는 고객과 직원 간의 승강이가 예상 외로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전 금융권 파업 당시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지난 2000년 7월 금융노조 총파업과 2004년 한미은행 노조 파업 때도 지점 곳곳에서는 고객과 직원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곤 했다. 의도치 않은 전개에 노사 양측은 대응 전략을 바꾸며 서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사측은 지난 11일부터 전국 43개 지점을 폐쇄하는 압박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객의 불편은 크지 않다는 것이 SC제일은행 측의 설명이다.
노조도 13일부터 서울 시내에서 선전전을 시작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강원도 속초의 한 콘도에 머무르며 서울에는 올라오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김재율 위원장은 “파업을 벌이는 이유 등에 대해 충분히 알려지지 않는 것 같아 직접 시민들을 만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처럼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업무 마비나 고객 불만 폭증 등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바로 나타나던 모습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은행들의 채널 다각화 노력이 파업 분위기까지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거래=현금자동입출금기(ATM)·인터넷뱅킹·텔레뱅킹·모바일뱅킹 등 은행 지점 창구를 활용하지 않고 이뤄지는 금융거래를 말한다.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점차 확대되면서 은행·카드사의 비대면 거래 비중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