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유기 태양전지 등 폭넓은 응용 분야를 지닌 투명 폴리이미드(PI) 시장에서 세계 첫 양산을 놓고 한일 간 경쟁이 불붙었다.
국내 선두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일본 미쓰비시가스화학이 시장 선점을 위해 세계 최초 상업 생산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삼성·LG 등 여타 대기업들도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어 대표적인 첨단 소재로 꼽히는 투명 PI 시장을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을 지 관심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대표 배영호)은 오는 2013년 투명 PI 사업화를 목표로 올 하반기부터 단계적인 투자를 적극 검토 중이다. 현재 시생산이 가능한 기술 수준까지 올라섰으며, 경쟁사인 일본 미쓰비시가스의 투명 PI보다 물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PI는 내열성·내화학성·내구성 등이 강한 고기능성 산업용 소재로 전자·우주항공 등 첨단 산업 분야에 활용도가 높다. 투명 PI는 이보다 더 나아가 빛 투과율과 흡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차세대 PI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유기 태양전지 등의 기판으로 활용될 수 있는 미래 소재다.
하지만 PI 핵심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빛 이방성 등 기술적 한계가 커 현재 세계적으로도 양산 단계에 이른 업체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일본 미쓰비시가스화학 등 두 곳 정도다.
앞서 미쓰비시가스는 지난 2007년부터 시생산에 착수한 뒤 올해 안에 양산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알려지지 않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미쓰비시가스가 세계 최초 상업 생산을 놓고 경쟁하는 형국인 셈이다. 코오롱은 지난 2005년 세계 세 번째로 PI 상업화에 성공한 바 있다.
코오롱과 더불어 삼성·LG 등도 투명 PI 시장 진입을 타진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2년여 전부터 종합기술원을 통해 기술개발을 추진해왔으며, 최근에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일본 우베코산과 PI 생산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합작법인은 우선 내열성이 강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PI를 상업화한 뒤 장기적으로 투명 PI 시장도 노릴 것으로 보인다. LG화학도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 다양화를 위해 현재 연구소 차원에서 기술개발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투명 PI는 기술 장벽이 높은데다 기존 PI와 비교해 양산 투자에 따른 비용·기간 부담이 커 어느 업체가 첫 양산 테이프를 끊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투명 PI를 국내 업체가 최초 양산한다면 미래 소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