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과 관련해 문의사항이 생겨 통신사 고객센터로 전화를 하게 됐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전화기 너머로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처음에는 약간 당황했다. 너무나 익숙한 여성 상담원 목소리가 아니라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남성 상담원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기업에서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남성 상담원을 배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하던데 여기도 그렇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나도 모르게 남성 직업과 여성 직업을 구분하고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직업 간 성역(性域)이 허물어 진지는 오래 되었지만 그 보다 더 오래 지속돼 온 고정관념들 때문에 위의 사례처럼 어색함을 느끼거나 낯설어 이색적으로 바라볼 때가 적지 않다. 직업의 성역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은 장기화된 취업난이 한 몫을 했다고 하지만 남녀 서로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직업에 대한 선택권이 더욱 넓어졌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여성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텔레마케터나 간호사, 유치원 교사 등의 직업에 남성 진출 비율이 조금씩 늘면서 사회적 인식도 점점 변화하는 추세다. 남성은 특유의 우직함으로 신뢰감을 줘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남성 직업이라고 여겼던 보안 관련 직종이나 카레이서, 소방관 등에서도 여성 진출 비율이 90년대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이런 일은 여자가 하는 건데’ 또는 ‘여자가 무슨 이런 일을 해’ 하며, 직업의 성역을 넘는 것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나 당연시 여기는 일을 하기는 쉽지만 당연시 여기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직업의 성역을 허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은 허물었을 때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직업의 성역을 넘어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이들에게 힘찬 격려를 보내고, 진로를 설정할 때 또는 그와 관련한 조언을 해주어야 할 때 고정관념에 얽매여 선택의 폭을 한정하는 실책을 하지 않도록 열린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에듀윌 양형남 대표 ceo@eduw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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