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선비정신과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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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면 예술의 나라, 영국 사람 하면 신사를 떠올린다. 이런 것이 국가 브랜드이고 국격이다. 국가 브랜드가 좋으면 그 나라 물건을 선호하며, 그 나라 사람들을 신용한다. 한국 하면 외국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역사를 통해 우리를 표현하는 적절한 한 마디를 찾는다면 ‘선비의 나라’일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우리 민족이 가르치고, 기르고, 따르고, 생활한 가치가 선비정신이었기 때문이다.

 선비란 무엇일까. 간단히 ‘도덕을 실천하는 배운 사람’, 좀 더 풀면 ‘자신에게 엄격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남에게 인자하며, 나라와 사회에 공헌하고, 지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선비의 나라였다. 정치는 무관이 아니라 문관에 의해 이루어졌다. 고급관리는 도덕 공부를 많이 한 선비가 과거를 통해 선발됐다. 시골 두메산골에서도 선비들이 학문을 닦았고 마을 어린이를 가르쳤다.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만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통치하면서 역사를 왜곡해 한국인 스스로가 우리 역사를 부끄럽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해방 후에는 삐뚤어진 교육에 병들어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선비정신이 잊혀간다.

 선비정신을 기업종사자와 기업 두 방면으로 보기로 하자. 종사자는 열심히 일해 목표를 초과달성하고, 상사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아 빨리 승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안다. 여기에 선비정신을 얹으면 어떻게 될까.

 회사원은 인(仁)을 실천하여, 남을 배려하고, 나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忠恕)해야 한다. 회사원은 부단히 사람 되는 법을 공부하고, 배운 것을 실천(知行一致)해야 한다. 이익이 생기면 옳은 것인지 따져보고, 옳지 않으면 취하지 말아야(見利思義) 한다. 회사원은 자기를 반성(自省)하고,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단속하여 욕심에 휘말리지 말며(敬), 일은 정성을 들여 열심히 하고(誠), 일을 할 때는 본말(本末)과 선후를 따져서 중요한 것을 한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한다.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어떤 사람은 이러면 경쟁에 밀려 성공을 놓친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짧게 보면 손해를 볼지 몰라도 길게 보면 오히려 이렇게 사는 게 성공도 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기업은 어떨까. 기업은 이윤 극대화, 점유율 극대화를 위해 필사적인 경쟁을 펼쳐왔다. 최근에 와서 다음과 같이 해야 사회로부터 배척을 당하지 않고 길게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아간다.

 기업은 고객을 먼저 생각(仁)해야 한다. 기업은 공해를 만들지 말고 자원을 절약해야 한다. 기업은 사회의 어려운 일을 도와야(이익의 사회 환원) 한다. 기업주는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사익을 챙기면 안 된다.

 기업의 선비정신 요체는 다음 한 마디가 될 것 같다. ‘견리사의(見利思義).’ 일견해선 이익극대화와 서로 용납이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상은 이 두 개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움직여 간다. 능동적으로 이러한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새 문화를 창출하는 기업이 다음 세대의 승자가 되지 않을까.

 우리 기업과 종사자 모두 선비문화를 받아들여 존경받는 기업, 존경받는 선비의 나라가 되면 얼마나 좋으랴!

 이용태 학교법인 숙명학원 이사장 ytlee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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