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 선두인 우리나라가 최근 부상하는 터치스크린패널(TSP) 시장에서는 오히려 일본과 대만에 안방을 내줄 처지에 몰렸다. 급성장하는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시장의 기술 주도권을 놓치면서 내수 시장마저 빼앗길 상황이다. TSP는 스마트 단말에 이어 향후 응용 분야가 더욱 확대될 핵심 부품이라는 점에서 서둘러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얼마 전 일본 스미토모화학은 한국 터치스크린 시장 공략을 위해 자회사인 동우화인켐의 평택공장 부지에 190억엔(2500억원)을 들여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내년 1분기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스미토모화학이 생산하는 제품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일체형 터치스크린 제품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로부터 AM OLED 패널을 공급받아 온 셀 공정으로 터치스크린 기능을 가미해 삼성전자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윈텍·신텍 등 대만 TSP 업체는 인듐주석산화물(ITO) 글라스 터치스크린 제품과 완전 커버유리 일체형 터치스크린(G1M)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대만 업계는 그동안 애플 및 중국 시장에 주력했지만, 최근 한국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분기 매출이 1조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외형이 커지면서 가격 경쟁력도 크게 높아진 덕분이다. LG전자·모토로라 등은 이미 옵티머스 2X, 줌 등 일부 신제품 모델에 대만 윈텍의 ITO 글라스 터치스크린을 적용 중이다. LG전자는 하반기 출시하는 4.5인치 전략 스마트폰에도 윈텍의 터치스크린을 채택하기로 했다.
반면에 그동안 고속성장을 구가해왔던 국내 TSP 업계는 당장 하반기부터 비상이 걸렸다. 외형은 다소 커졌지만 최근 스마트 기기의 두께와 화질을 뒷받침할 TSP 핵심 기술이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애플을 제외한 삼성전자·LG전자 등 대다수 스마트폰 업체는 ITO 필름 터치스크린을 적용해왔다. 필름 타입은 글라스 방식보다 설비 투자 부담이 적고, 무게도 가볍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 기기의 두께와 화질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글라스 타입이 기술적 주류로 부상하는 추세다. 글라스 타입 TSP에 LCD 공정 기술이 적용되면서 5~10㎛ 선폭의 좁은 베젤이 구현된다. 현재 필름 타입 터치스크린 패널은 베젤 선폭이 60~80㎛에 이른다.
국내 주요 TSP 업체들도 뒤늦게 커버유리 일체형 터치스크린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낮은 수율 때문에 상용화가 더딘 상황이다.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세계 시장은 고사하고 안방마저 일본·대만 업체에 빼앗길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TSP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직결되는 스마트기기의 핵심 부품이라는 점에서 산업 전반이 국산화에 역행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에 따라 지금이라도 TSP 산업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업계 전반의 노력을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 경쟁을 위해 지금 당장은 불가피하게 첨단 외산 부품을 쓸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국내 TSP 업계 전반이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서 국산화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도체·LCD 산업의 성공모델처럼 정부가 원천 기술을 지원하고, 대·중소 기술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관계자는 “터치스크린의 중요성은 알면서도 그동안 업계에서 심도 있는 고민을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터치 관련 핵심 기술을 수렴해 정부에 산업 육성책을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올해 TSP 시장은 104억2000만달러 규모로 작년보다 76% 성장할 전망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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