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일본 대지진 이후, 다수의 일본기업들의 생산거점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엔고와 고비용 부담으로 시작된 추세가 대지진 피해 및 원전사고에 따른 전력 부족으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KOTRA는 최근 발간한 ‘일본기업의 생산거점 이전 현황’ 보고서를 통해 식품, 일용품 메이커로부터 시작된 이전 현상이 자동차, 철강, 전기 등 일본의 주요 제조업까지 확산된다고 분석했다. 현재는 생산거점 전체보다는 일부만 피해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 서쪽으로 이동하는데 그치고 있지만, 점점 한국을 포함한 해외로 이전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전기·전자, 자동차 업체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용 컴퓨터 칩 생산업체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미국과 대만 수탁제조업체 위탁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액정패널을 생산하는 히타치디스플레이 역시 8월부터 대만 CMI에 위탁생산을 확대한다. 카메라로 유명한 니콘은 말레이시아로 생산거점을 이전할 계획이다.
통신사업자인 소프트뱅크는 20억엔을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한국으로 옮겨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스미토모화학과 히타치화성 등도 중국에 공장을 신설하며 해외 이전 대열에 합류했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완성차업체도 유럽과 아시아 지역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덴소, 아이신정기 등 주요 자동차부품업체도 중국, 태국 등에 대규모 부지를 취득하는 등 신흥국으로 생산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지진 이전부터 일본은 고비용과 엔화강세로 인해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추진해 왔다.
일본 내각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의 해외 현지생산 비율은 1995년(8.1%)부터 지난해(18%)까지 계속 늘고 있다. 2015년에 21.4%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공장건설 관련규제 완화 등 대응하고 있지만, 대지진 이후 가속화되는 현상을 막지는 못할 전망이다.
KOTRA 정혁 일본사업처장은 “일본 내 사업 환경의 획기적인 개선이 없는 한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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