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전쟁, 3사 경쟁 기반 유지로 가닥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이동통신사업자 주파수 현황

 방송통신위원회가 ‘주파수 전쟁’으로 불렸던 2.1㎓ 주파수 경매에 SK텔레콤과 KT를 배제한 것은 국내 최초 경매제라는 상징성에 매달리기보다는 3사 간 공정경쟁 기반을 이어가야 한다는 현실적인 측면을 더 부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 주파수 대역을 3위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동시에 무선 트래픽 폭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1, 2위 사업자가 주파수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1.8㎓과 800㎒ 대역을 경매매물로 내놓기로 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방통위, 3사 경쟁체제 구축에 초점=방통위는 올 초까지만 해도 2.1㎓ 20㎒ 폭만 매물로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통신 3사 간 경쟁이 과열되자 추가 대역을 검토했다. 하나의 대역만 경매할 경우 이를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2개사는 치명적인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KT가 반납하기로 한 1.8㎓ 20㎒ 폭과 함께 최근에는 주파수공용통신(TRS)용으로 쓰이던 800㎒ 일부 대역을 회수해 이동통신용으로 재배치하기로 하는 등 3사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구도 마련에 힘썼다.

 방통위는 2.1㎓ 입찰에서 SK텔레콤, KT를 배제하더라도 두 회사가 나머지 두 대역 중 하나씩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방통위로서는 2.1㎓ 경매에서 3개사 중 2개사 참여가 제한돼 사업자 간 경쟁에 따라 주인을 가리는 주파수 경매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게다가 주파수 경매 구조를 맞추기 위해 별다른 지원보호책 없이 TRS용 주파수를 갑작스럽게 회수하기로 한 점도 향후 지속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LG유플러스, ‘가난의 대물림’ 끊나=LG유플러스는 이상철 부회장이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며 확보하려 했던 2.1㎓ 주파수를 차지, 1차 목표를 달성했다.

 게다가 해당 대역은 지난 2006년 LG유플러스 전신인 LG텔레콤이 동기식 IMT2000 사업 전략 실패로 반납했던 대역이다. LG유플러스로서는 사실상 빼앗기다시피 내놓았던 2.1㎓ 주파수를 다시 확보함으로써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LG유플러스에 2.1㎓ 주파수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닌 차세대 서비스를 위한 기반이다. LG유플러스는 기존 1.8㎓ CDMA 서비스 외에 다음 달 800㎒ 20폭에서 LTE를 새롭게 시작하기 때문에 2.1㎓ 대역은 즉시 수요는 없다.

 LG유플러스는 2.1㎓을 확보한다면 이를 LTE 서비스에 활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LG유플러스로서는 단순한 주파수 자원 확보를 넘어 이를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 창출로 연결하는 해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로 지적된다.

 ◇SKT-KT, 치열한 수 싸움=끝까지 2.1㎓ 확보에 매달렸던 SK텔레콤과 KT는 복잡한 셈을 시작하게 됐다. 두 회사 모두 2.1㎓를 제외한 1.8㎓, 800㎒에서는 차순위 전략을 공개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800㎒, KT는 1.8㎓ 대역에서 각각 서비스를 제공 중인 만큼 광대역 주파수 확보 차원에서 기존 보유대역 경매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신규 대역을 갖기 위해 다른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KT 머릿속이 더 복잡하다. 이미 800㎒ 대역에서 LTE서비스 준비를 마친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달리 KT는 아직 LTE용 주파수조차 확정짓지 않은 상태다. KT는 6월 말로 추진했던 1.8㎓ 대역 2G서비스 종료가 사실상 물 건너간데다 지난해 확보한 900㎒ 대역 20㎒ 폭(7월부터 사용 가능)의 용도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어느 경우에라도 두 회사가 동시에 같은 대역에서 입찰 경쟁을 벌이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같은 대역에서 입찰가만 상승시켜 주파수를 확보하더라도 경매비용 후유증이 발생하는 ‘승자의 저주’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KT가 800㎒, SK텔레콤이 1.8㎓ 대역을 선택함으로써 국내 이동통신 역사상 처음으로 800㎒-1.8㎓-2.1㎓ 3개 대역에서 3개 통신사가 모두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