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웹과 앱의 싸움,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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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저녁 시간대 인터넷 트래픽의 30%를 넷플릭스(Netflix)라는 인터넷 동영상유통업체가 차지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2013년경에는 60%, 2020년경에는 대부분의 인터넷 트래픽이 동영상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자랑하는 우리 시장은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까지 음성 트래픽 위주의 단순한 구조였기 때문에 글로벌 IT시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한 관심을 끌기 어려웠다. 미국이 ‘모바일TV’라고 하면서 지상파방송사가 스마트폰으로 자신들의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올해 안에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위성DMB를 오래 전에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드라마로 대표되는 지상파 콘텐츠 수급을 둘러싼 갈등, 빈약한 콘텐츠 시장과 가치사슬 등의 구조적 요인은 배제하더라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비싼 요금체계 때문에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제대로 즐길 수도, 시장이 확산될 수도 없었다.

 외국보다 2년 늦게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앱 시장이 새롭게 펼쳐지고 무선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 갈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기에는 우리 스스로의 허약한 체질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시작한 IPTV 서비스 하나만 보더라도 전 세계에서 최단 기간에 가입자 3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하지만 동영상 트래픽 자체는 크게 늘지 않았다. 케이블TV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하고 제한적 사업자들만 참여시키는 폐쇄형 모델과 법체계로 시작했기 때문에 TV앱스토어와 같은 기폭제가 자랄 수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 애플의 시가 총액이 MS를 추월할 수 있었던 힘은 유아독존식 운영체제와는 다른 앱 스토어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픈마켓이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 쉽게 시장이 확장되고 기술과 돈이 들어올 수 있는 역동성은 상대적으로 웹 기반의 소프트웨어시장에 안주함으로써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던 MS를 압도한 것이다. 애플은 더 나아가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PC가 필요 없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의 왕국을 선보이고 있다. 유일한 경쟁 상대자로 꼽히는 구글은 나름대로 사업기반인 검색엔진을 텍스트를 넘어 동영상까지 가능하게끔 진화시켰고 인터넷 이용자를 자신의 왕국에 붙들어두기 위해 구글TV를 통해 웹=채널로 변신시켰다.

 그러나 애플과 구글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으로 경쟁을 하더라도 월드와이드웹을 이용하기 위해 의존하는 HTML 방식이 10여 년 동안 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술과 시장을 쫒아서 돈과 사람이 계속 모이고 이동하는 앱의 발전 속도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들게 만든다.

 향후 망에 대한 투자, 관리를 해야 하는 통신사업자 입장에선 스마트TV의 보급 확산에 따른 동영상트래픽의 급증은 더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다. 국가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이 음성에서 데이터로, 그리고 동영상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이기 때문에 망에 대한 사업자의 투자유인을 적절히 제공하면서 동시에 경쟁력 있는 시장을 활성화, 개방화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근본적으로는 통신이든 방송이든 심지어는 인터넷기업이든, 국내 환경에만 안주하고 하드웨어 중심의 단순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난 우리로선 이제 무엇을, 어떻게 시급하게 할 것인지가 보다 분명한 만큼 민간과 정부의 역량과 힘을 모아 새롭게 출발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방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bang5555@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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