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경력직의 좁은 문, 지상파 방송사

 ‘패자 부활전이 없는 사회,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엔 상생(相生)이 없다. 수능 점수만으로 인생을 보장받는 나라는 기득권 고수 때문에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비록 학창 시절, 이런저런 사정으로 좀 미흡하여 이류, 삼류로 뒤처졌더라도 치열한 사회생활로 보강됐다면 일류로 가는 길이 열려야 한다. 명문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사회 초년병 때 철들어 진인사(盡人事)했다면 대천명(待天命)의 길이 열려야만 한다. 그래야 합리적인 세상, 내일이 아름다운 나라가 된다.

 요즘 지상파 방송사들이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다. 인력 채용은 방송사 고유 권한이니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나, 틀에 박힌 채용 관행이 늘 아쉽다. 무엇보다 내가 대학에 몸담으며 졸업생 취업을 걱정하는 입장인지라, 예측 가능한 채용 관행이 정례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방송사 인력 수급은 ‘들고 남’이 자유로운 제도가 바람직하다. 정기 공채로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나 관행은 없어야 한다. 디지털 세상은 어제의 아날로그 시대가 아니다. 끼리끼리만 살아가는 인사 제도는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참 방송인은 ‘창의적 봉사인’이다. 수능 고득점이 곧 창의 점수는 아니다. 또 고득점자가 봉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등식도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를 방송현장 수십 년의 경험에서 뼈저리게 경험했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 가운데 군소 프로덕션에 취업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탁월한 방송 능력을 발휘하는 사례를 간혹 보게 된다. 이들이 지상파 방송사에 들어가기란, 지금 제도로는 연목구어(緣木求魚) 격이다.

 문을 좀 더 크게 열어라. 30, 40대도 패자부활전에 나서도록 말이다. 물론 방송사들이 옛날과 달리 부분적으로 경력직을 공채하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 좁다. 기회의 문을 정례화하고 폭넓게 열었으면 좋겠다. ‘신입사원 반(半), 경력사원 반’의 채용 제도를 수용했으면 한다.

 내 진의가 오해를 빚을 것 같아 첨언한다. 명문대 출신이 못한다는 얘기나 더욱이 나쁘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수능 점수가 좋으면서 창의력이 뛰어나고, 방송 적성도 맞으며, 인성까지 훌륭하다면, 그는 일당백 역할을 할 방송인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방송사가 떠받들고 모셔 인센티브까지 헌사해야 마땅할 것이다. 방송인(Man)이 훌륭하면 방송매체(Media)가 좋아지고 방송내용(Message)이 탁월해 방송시장(Market)에 나가 방송비용(Money)을 많이 벌어들일 수 있다. 이 5M이 나의 방송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지상파 메이저사들은 이 5M의 가능성이 높은 경력 사원 채용을 정례화하라. 그리하여 패자부활전을 보장하는 상생의 사회를 만들어가자.

 김성호 객원논설위원·광운대 정보콘텐츠대학원장 kshkbh@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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