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K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휴대폰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많이 들었다. 평소 배터리 충전에 신경을 잘 쓰지않는 탓에 모르는 사이 휴대폰 전원이 종종 나가있었기 때문이다. 아침 강의 때문에 가방을 챙기던 K씨는 배터리가 3% 밖에 남아있지 않은 휴대폰을 보며 ‘아차’ 싶었다. 하지만 유기태양전지가 붙어있는 가방을 보며 그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곧 가방에 붙어 있는 충전 커넥터에 휴대폰을 연결한 후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왜 유기태양전지인가=K씨가 사용한 ‘유기태양전지 가방’은 훗날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 아니다. 지금도 미국 등에서는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유기태양전지는 이처럼 가방을 비롯한 각종 섬유, 건물외벽·창문 등에 붙여 사용할 수 있어 ‘생활 속 태양에너지 사용’의 범위를 대폭 늘려줄 수 있는 차세대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현재 세계 곳곳에 설치되고 있는 태양광발전 설비는 실리콘 등 무기재료를 활용한 태양전지가 쓰인다. 광변환 효율이 높아 화석연료를 대신해 발전용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가격이 높고 활용범위가 한정돼 있다는 단점이 있다.
유기태양전지는 기존 태양전지보다 생산 가격이 낮아 경제성이 우수하고, 다양한 유기소재를 활용할 수 있으며 이용 범위가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유기태양전지는 제조공정이 간단하고, 모듈화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단위소자와 모듈 간 에너지 손실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흡광계수가 높아서 100㎚(나노미터:10억분의 1m)의 박막에서도 50% 이상의 빛을 흡수할 수 있어 롤투롤(roll to roll) 공법을 구현할 때 획기적인 원가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롤투롤은 동박적층판(FCCL)을 재단하지 않고 그대로 회전롤에 감아 사용하는 공법으로, 생산량은 늘리고 가공시간은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은 광변환 효율이 낮은 편이며, 안정성(수명) 문제도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개발(R&D)이 활발해 효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안정성 부문에서도 긍정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특히 유기태양전지는 △휴대폰과 같은 소형 전자기기 △군용 전자기기 △일회용 배터리 △건물일체형태양전지(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s) 등으로 상용화 될 전망이어서 발전소급의 ‘고효율’은 요구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에너지 전문 리서치 기관인 솔라앤에너지는 최근 유기태양전지 시장이 2016년까지 연평균 187% 커질 전망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최근 수년간 유기태양전지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으며, 미래 태양광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꼽고 있다는 게 솔라앤에너지의 분석이다.
플렉시블 기판을 적용한 대면적 모듈에서는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효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연속 인쇄공정 기술 개발과 함께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전망했다. 초기 시장을 주도할 업체는 미국의 코나카로 예상했으며, 전체 시장은 지난해 0.5㎿에서 2012년에 6.3㎿, 2016년에 280㎿(1억2500만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적극적인 움직임·지원 필요=세계적으로도 유기태양전지는 아직 R&D 단계로, 상용화 제품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독일·미국·일본 등에서는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으며, 독일 머크, 일본 미쓰비시, 미국 코나카 등이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업화가 이뤄져 현재 상품 판매를 하고 있는 업체는 코나카·솔라머 등 극소수다. 특히 코나카는 롤투롤 연속 인쇄 공정 설비를 이용해 연간 1GW 급의 유기태양전지 모듈 생산이 가능하며, 시중에 플렉시블 모듈과 응용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완전한 롤투롤 공정이 아닌 일부 진공 증착 프로세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안정성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가격도 낮은 편이 아니라 원료 및 공정 단가의 저가화 연구가 필요하다.
이밖에 미국 플렉트로닉스 등도 유기태양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상용화 제품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최근 미쓰비시화학은 9.2%의 효율을 기록하고, 인쇄 유기태양전지를 내년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는 코오롱 등 소수의 기업과 국책연구소·대학교 등에서 R&D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최근 각계에서 괄목할 만 한 성과와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이태우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석사과정 중인 최미리씨는 제일모직 허달호 박사와 함께 ‘자기 도핑 전도성 고분자 조성물’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유기태양전지에 활용해 효율성과 수명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술을 유기태양전지에 응용하면 기존 물질의 경우 3배, OLED에 활용하면 38배의 수명 향상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코오롱은 7.02%의 고효율 유기태양전지 소자 제작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재까지 세계 최고 효율을 보이고 있는 코나카 단위소자의 85% 수준이다. 코오롱은 기존 보유하고 있던 고내열 수지 및 필름 제조기술, 광학용 필름 양산 기술 등 전자재료 분야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롤투롤 공정을 적용한 ‘플렉시블 유기태양전지 모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2015년 상용화가 목표다.
이 같은 성과가 지속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과 정부의 활발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나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등 박막 태양전지에 비해 유기태양전지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관심은 비교적 작은 편이다.
특히 업계보다는 학계 등을 중심으로 R&D가 이뤄지고 있어 상용화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도 실리콘 태양전지 등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박재근 코오롱 중앙기술원 상무는 “유기 전자재료를 사용하는 유기태양전지는 3세대 태양전지로 이미 상용화된 실리콘·박막 태양전지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태양전지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실리콘 태양전지 대비 정부 지원과 투자 비율이 매우 낮다”며 “정부의 시급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기태양전지 시장 전망
자료 : 솔라앤에너지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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