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스티브 잡스가 디지털시대 허브 역할을 해온 ‘PC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신개념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를 내놓으며 클라우드가 PC시대를 대체할 것임을 예고했다.
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 2011) 현장에서 스티브 잡스는 “우리는 PC를 디지털 라이프의 허브가 아닌 ‘그냥 하나의 기기(just a device)’로 강등시키고 있다”면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클라우드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해 본격적으로 모바일 패권경쟁이 가시화됐음을 시사했다. 관련 8·9면
이날 관람객 5000명의 기립박수 속에 다소 수척한 모습으로 등장한 스티브 잡스는 이 같은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면서 아이클라우드가 클라우드의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애플은 이날 신개념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 발표에 이어 구글과 아마존 등 선발주자를 정조준한 무료 전략도 전격 공개했다. ‘앱스토어’라는 애플리케이션 유통 생태계를 창안한 애플이 클라우드로 ‘제2의 아이폰’ 신화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이에 앞서 구글은 지난달 애플의 아성인 디지털음악 시장을 클라우드로 공략하는 ‘구글뮤직’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조만간 클라우드 서비스에 최적화된 넷북 ‘크롬북’도 내놓을 예정이다. 모바일기기 운용체계(OS)와 앱스토어 시장에 이어 클라우드에서도 구글과 애플의 전쟁이 발발할 조짐이다.
‘스마트폰 투톱’으로 부상 중인 삼성전자도 올 하반기 ‘웹센추리(가칭)’라는 독자 클라우드 서비스에 나선다. 아이폰에 갤럭시S, 아이패드에 갤럭시탭으로 응수한 것처럼 클라우드에서도 맞불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이클라우드’는 모두 9개의 기능이 핵심이다. 애플의 기존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인 ‘모바일미’의 연락처·일정·메일 백업 기능을 포함해 앱스토어·아이북스·데일리백업·문서관리·사진관리·아이튠스 등을 모두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관리할 수 있다. 3개 기능만으로 연 99달러를 받아 인기가 별로 없었던 모바일미에 비해 아이클라우드는 모두 무료다.
아이클라우드는 아이폰·아이패드·매킨토시 등 애플의 기기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허브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구글과 아마존 등 기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강자들을 겨냥했다.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베타테스트에 돌입해 오는 9월 새로운 운용체계(OS) iOS5와 함께 선보여 바람몰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한 구글과 아마존의 대응 전략도 빨라졌다. 구글은 지난달 ‘구글뮤직’을 내놓은 데 이어 이달 클라우드 전용 넷북 ‘크롬북’을 전격 출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드웨어 가상화 시장에서 자리잡은 아마존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3월 ‘클라우드 드라이브’와 ‘클라우드 플레이어’를 잇따라 내놨다. 영화 등 동영상 콘텐츠를 클라우드를 통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서비스하기 위한 일종의 ‘디지털 로커(Locker)’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애플의 아이튠스를 정면 겨냥한 시도다.
스티브 잡스는 이 같은 경쟁업체 움직임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클라우드를 단지 ‘하늘에 있는 하드디스크’로만 생각하고 있다”며 “아이클라우드는 애플리케이션과 자연스레 통합돼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해결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또 이날 한 번도 노출되지 않았던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애플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을 최초로 공개했다. 하지만 정확한 스펙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신동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구글과 애플의 클라우드는 지향점과 목표가 다소 다르다”며 “구글은 클라우드 활성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모바일 광고 매출을, 애플은 스마트폰 등 고가의 디바이스 매출을 올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지영 기자, 샌프란시스코(미국)=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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