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너지 고갈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정세 불안 등 에너지로 인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첫째, 비용이 들지 않아야 한다. 둘째, 에너지 변환 등 불가피하게 에너지를 사용할 때는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필요한 에너지 조달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활용, 환경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현 시점에서 경제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되 여기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탄소포집저장(CCS)의 방법으로 처리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아직까지 기술개발이 미진하고 추가 비용 부담이 요구된다.
에너지 절약은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지만, 기존 생활방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속적인 계몽과 의식개혁이 필요하며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연구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프랑스의 한 연구결과를 보면 에너지절약만 잘 실천해도 지금 사용하는 에너지의 40%를 줄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다음은 에너지효율이다. 필요한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변환이 필요하며 이 때 많은 에너지의 손실을 감안해야 한다. 발전 과정에서는 40~70%, 열을 얻는 보일러는 5~10%, 회전에너지를 얻는 전동기의 경우 5~10%,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70~80%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때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에너지효율화다.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중 하나는 경제성이다. 만들어 파는 사람도 제작이나 영업에 드는 어려움에 비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쓰는 사람도 투자대비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힘들다.
또 다른 것은 기술의 발전이다. 연구개발 및 제작에서도 요소요소에 첨단기술이 필요하며 많은 경우 기술의 융·복합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단계부터 사업화까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에너지기술은 산업기술과 달리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술 실증이나 관련 제도 개선 및 보급 활성화 정책 등을 먼저 추진해 시장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기술개발에 대한 관심과 투자유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증을 통해 기술의 효율성과 사업성이 입증되면 기술개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속적인 기술 업그레이드가 추진돼야 한다. 또 에너지기술개발은 사업성이 취약하고 공공성이 강한 기술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 때 기술개발의 주체를 단일 기업으로 하지 말고 참여를 희망하는 모든 관련 기업을 포함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통핵심기술을 개발해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이후 상용기술을 바탕으로 각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추진토록 함으로써, 기술개발 비용과 기간을 최소화해 기업의 투자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컨소시엄 구성과 연구개발의 중심역할을 하도록 해 기업 간 소모적인 경쟁과 기술이 사멸되는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
둘째는 경제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전기·석유·가스 등의 에너지 가격이다. 에너지 가격이 왜곡되면 에너지기업의 존립이 어려울 뿐 아니라, 에너지효율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결정적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소형 열병합발전나 히트펌프 등의 경우, 응용범위가 넓어 외국에서는 다방면에 널리 쓰이는 반면, 우수한 효율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술을 확보한 국내에서는 에너지가격의 왜곡으로 인해 경제성 확보가 어려워 보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셋째는 에너지효율성이 입증되는 기술과 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즉 에너지효율이 좋은 제품의 가격이 비쌀 경우에는 사용되는 연료를 파는 기업에서 목표관리제도 등에 의거하여 제품의 가격을 보조해 주거나, 제품의 운전비가 비쌀 경우에는 관련 요금을 할인해 주는 등 적극적이고 유연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넷째는 엄격한 효율기준의 운용이다. 에너지효율을 달성하려면 운전 중에 실질적인 고효율이 달성돼야 한다. 제품의 엄격한 품질관리와 보급된 이후에 제품의 수명기간 동안 고효율 운전이 유지돼야 한다.
박화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hcpark@kier.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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