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기본료 손댔다…KT · LGU+ 반대, `후폭풍 불가피`

 정책과 정치 논리 싸움에서 결국 정치가 이겼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일 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 주도로 기본료 1000원 인하, 문자(SMS) 50건 무료 등을 골자로 하는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월 기획재정부·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에서 원래 마련했던 정책 방안을 크게 수정한 안이다.

 원래 논외 사안으로 진행했던 기본료 부문을 당정협의 과정에서 내리기로 합의하면서 결국 주무 정책 부처가 정치권에 끌려 다니는 모양새로 매듭지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MB정부는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요금 인하안을 이끌어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방통위는 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에는 ‘기본료 인하’라는 개선안을 끌어냈지만 KT와 LG유플러스가 난색을 표하면서 진통을 예고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총론은 공감하면서도 요금 인하가 SK텔레콤과 정부 사이에 일방적으로 진행된 사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두 회사는 소비자가 음성·데이터 요금 등을 직접 선택하는 ‘선택형 요금 제도’와 취약계층을 배려한 ‘노인·청소년 요금제’ 등에는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당장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기본료와 문자 메시지 요금 인하 방안에는 동참할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KT 관계자는 “방통위와 SK텔레콤이 합의한 사안에 일방적으로 보조를 맞출 수는 없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기본료 등을 낮출 계획은 현재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동통신 재판매(MVNO), 신규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지원책도 그간 언급됐던 수준을 넘지 못했다고 관련 업계가 크게 반발했다. MVNO 관계자는 “통신요금 인하로 인해 앞서 기존 대비 20% 이상 저렴한 요금을 준비해온 MVNO는 가격경쟁력을 얼마나 갖출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고민이나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방통위는 이에 앞서 어려운 경제 여건, 가계비 절감뿐 아니라 투자 여력까지 고심해 최종 인하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으로는 모든 가입자에게 기본료를 1000원 인하하고 문자 50건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보급되는 추세를 고려해 사용자가 음성·문자·데이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폰 선택형(모듈형) 요금제도 도입했다. 음성 소량 이용자를 위해 선불 요금을 초당 4.8원에서 4.5원으로 낮추고 결합 상품에서 초고속 인터넷 요금도 인하했다.

 황철증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통신 요금 절감이라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기술 도입과 데이터 폭증에 대비한 망 고도화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요하다”며 “기업 투자 여력 등을 고려해 최종 요금 인하안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발표에 이어 곧바로 인가 사업자인 SK텔레콤은 기본료를 1000원으로 낮추고 통화량이 적은 고객을 위해 선불 이동전화 요금을 현재 1초당 4.8원에서 4.5원으로 0.3원 인하한다고 밝혔다. 또 다음 달 1초당 요금을 2.6~3.0원으로 낮출 수 있는 선택요금제 2종을 새로 출시할 계획이다. 무료 문자 메시지를 50건만 사용하는 고객에 한해 SMS 정액 요금제도 폐지했다. 이 밖에 초고속인터넷인 ‘스마트다이렉트’와 자사의 IPTV인 ‘B TV’를 함께 이용하면 IPTV 요금을 기존 1만원에서 8000원으로 2000원가량 낮춘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 측은 “연간 7480억원 가계 통신비 경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선택 요금제는 7월부터, 기본료 인하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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