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재정의 마지막 방파제가 되어야 한다. 무상 주술에 맞서 달라.”
2년 4개월간의 임기를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가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무상복지에 맞서 줄 것을 기획재정부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윤장관은 1일 이임사에서 “최근 유행처럼 번져 나가는 무상(無償)이라는 주술(呪術)에 맞서다가 재정부가 사방에서 고립될 수도 있지만 고립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경제발전의 궁극적인 목표가 국민의 삶의 질 제고에 있다는 점에서 복지의 확대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지만 복지 확대 또한 경제가 지탱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중장기적인 재원배분의 틀에 맞추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장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경제가 나아졌다고 하면 지표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삶이 나아져야 하며 국민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가 지표경기와 다르다면 더 분발해야 한다”며 “서민과 실직자, 여성과 노인, 그리고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고단함을 배려하고, 경제적 약자를 부축하는 재정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과 소통도 강조했다. 그는 “사회주의체제의 몰락에서 보듯 시장이 해야 할 일에 정부가 나서서 성공한 사례는 없다”며 “시장원리에 의해 운영되도록 하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말한 “항상 갈망하고 미련하게 정진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를 인용해 전문성과 도덕성, 글로벌 마인드를 갖춰줄 것도 당부했다.
윤 장관은 마지막으로 “침과대단(枕戈待旦), 즉 ‘창을 베고 누운 채 아침을 맞는다’란 말처럼
항상 갑옷을 입은 채 전장에서 사는 느낌이었다”며 “지난 2년 4개월 동안 한시도 벗을 수가 없었던 마음의 갑옷을 이제 벗고자 한다”며 이임사를 맺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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