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데이터 폭증사례가 심심찮게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해외사업자는 △데이터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이용자를 제한하거나 △일정 용량이 넘은 경우 추가 과금하는 요금제를 도입하거나 △이메일과 웹브라우징은 무제한으로 제공하지만 동영상 다운로드는 제한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본지가 미국·영국·일본 등의 상위 이동통신사업자 13개사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Free Flat Rate) 정책을 조사한 결과 이들 국가의 통신사업자는 스마트 기기 이용에 꼭 필요한 기능은 무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악성 과다 이용자를 제한하는 등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업체가 대규모 투자와 장기간의 시간이 요구되는 인프라 확대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해외 사업자들은 이 같은 대안을 마련하면서도 일단 기존에 실시해온 무제한 요금제의 골격은 유지하되 통화 끊김 현상, 모바일 인터넷 속도 저하 등 여타 가입자의 이익까지 침해하는 이들은 제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미국은 AT&T가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폐지한 데 이어 버라이즌도 3분기 내 이를 폐지할 계획이다. T모바일은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매월 2기가바이트(GB) 이상을 이용하는 경우 접속 속도를 제한한다. 스프린트넥스텔은 지난해 6월부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4세대(G)서비스에 한해서만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적용한다.
영국의 3UK는 지난 3월부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했지만 ‘부당하고 지나친 사기적 이용은 제한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삽입, 사실상 악성 과다 이용자를 제한했다. T모바일도 지난 2월부터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0.5GB를 초과하는 경우 이메일과 웹 브라우징은 초과요금 없이 쓸 수 있게 하지만 동영상이나 파일 다운로드는 제한했다.
일본은 무제한 요금제의 선택폭을 넓혔다. NTT도코모·소프트뱅크, KDDI(au)·e모바일은 기존 무제한 정액제에 더해 과다 이용자를 위한 2단계 정액제를 올해 추가로 도입했다.
기존 무제한 요금제는 월 5460엔이지만 종량과금 구간 이상 데이터를 쓰면 이보다 10% 비싼 6000엔가량의 요금을 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대안이 쏟아지지만 국내 이해관계자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자신들이 앞서 허가했던 무제한 요금제에 손을 대는 것은 정책적 실패를 자임하는 모양새가 돼 ‘사업자 간 자율로 해결하라’며 일단 발을 뺀 모양새다. SKT 등은 가입자 이탈을 우려해 일단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나 이를 방치할 경우 이용자의 통신환경은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헤비유저의 트래픽 독점으로 유선은 20%의 가입자가 트래픽의 95%를, 무선은 10%의 가입자가 96%의 트래픽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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