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충전시대 개막]무선충전 기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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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을 무선으로 전송하는 기술은 이제 막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지만 전세계 산업계와 학계 등에선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다. 일본, 독일, 미국 등 기술 선진국들은 물론 중국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무선충전기술, 어디까지 왔나=한 마디로 ‘지상’에서 ‘우주’까지, 우리 생활 전 분야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일본 정부는 우주에서 전기를 만들어 지구로 보내는,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프로젝트를 산업계 및 학계와 추진 중이며, 닛산은 소와비행기공업과 오는 2015년께 내놓을 2세대 전기자동차에 무선충전시스템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독일에선 도로에 전선을 매설하고 여기서 나온 자기장으로 움직이는 도심전기열차(트램)을 기획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KAIST에서 온라인전기자동차(Online Electric Vehicle)를 개발 중이다. KAIST의 기술은 주행 중에도 전력을 공급 받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은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을 중심으로 가전에 무선충전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하이얼은 이미 지난해 미국과 독일 가전쇼에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구현한 3DTV를 내놓고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일본의 대규모 프로젝트는 대규모 태양전지판을 우주에 띄워, 여기서 만들어진 전력을 마이크로파를 지구로 무선 전송하려는 시도다.

 한국전기연구원 박영진 박사는 “최근 일본 학회를 다녀왔는데, 데모 시연까지 마친 상황이었다”며 “후쿠시마 원전 문제로 일본에서는 우주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더욱 앞당기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내 일본이 마이크로웨이브 방식 무선전력 기술 분야서 가장 앞선 성과를 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떤 기술들 있나=현재 전 세계서 연구 중인 무선전력 전송 기술은 크게 △전자기유도 방식 △자기공명 방식 △마이크로웨이브 방식 3가지로 나뉜다.

 전자기유도 방식은 전동칫솔, 휴대폰 등 5와트(W)급 이하 소형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상용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송 효율이 90% 이상으로 높고 유선 충전기 수준까지 발전한 상태다. 하지만 단점은 전송 거리가 수㎜로 짧다는 데 있다.

 대안으로 부상 중인 것이 자기공명이다. 공개된 지 10년도 안 된 최신 기술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마린 솔라서치 교수팀이 지난 2007년 2m 거리에서 60와트(W)의 대전력 전송을 시연하면서 미래 유망 기술로 대두됐다. 거리와 전송 용량서 장점이 있어 주로 전기자동차 등 운송수단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마이크로웨이브 방식은 수십km까지 전력을 전달, 우주 발전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효율 문제, 안전성 문제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소리 없는 경쟁=자기공명과 마이크로웨이브는 원천기술 확보 단계에 있다면 전자기유도 방식은 가장 오래되고 상용화가 빠른 만큼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세이코엡손, 미국 풀톤이노베이션, 국내 한림포스텍이 전자기유도방식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무선충전 관련 국제표준을 만들어낸 세계무선전력협회(WPC)에 속한 회원들의 면면은 무선충전시장이 얼마나 치열한 지 가늠케 한다. 이 단체엔 노키아, 필립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삼성전자, 버라이즌, 파나소닉 등 80여개 글로벌 회원사들이 가입돼 있으며 이 중에는 포춘500대 기업 중 16개 기업이 들어와 있다.

 국내 유일 WPC 정규 멤버인 한림포스텍 정춘길 회장은 “미국 풀톤의 경우 암웨이를 모기업으로 두는 등 자본력에 바탕을 둔 기업들간 기술 경쟁이 심하다”며 “특허가 곧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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