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에 위치한 강남병원. 중소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병상이 450개 가량 정도다. 평일 오후 방문한 강남병원은 환자가 적지도, 많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많은 이들이 오고가기 때문에 여느 병원과 다르지 않게 소란스러울 법한 병원 로비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인파는 많은데 생각 밖으로 차분하다는 물음에 병원 직원의 답이 돌아왔다. “우리 병원은 직접 제작한 작은 종이 한 장만 있으면 신속한 진료와 검사, 수납 등이 가능해서 사람이 몰려도 조용한 편입니다.”
직원의 설명대로 환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작은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거기에는 수납, 영상의학과, 처방전 등 병원에서 보는 일들이 표로 빼곡이 적혀 있었다.
병원 직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2007년 병원 리모델링을 통해 서버를 교체하고 광케이블망을 구축하면서 병원의 시스템이 더 빨라졌다”며 “수납, 영상의학과 등 20여 가지가 넘는 병원에서의 일들이 적힌 표에 숫자로 순서만 표시해주면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순서대로 일을 보는데 늦춰지는 일이 없습니다.”
◇발빠른 IT 투자, 한발 앞서 장비 도입 가능해져=강남병원은 지식경제부가 지정한 디지털병원 시범병원이다. 그만큼 의료정보시스템(PACS)나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처방전달시스템(OCS) 등을 잘 갖추고 있다. 각 산업계의 IT투자가 시작되던 2000년대 초반에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처럼 한발 빠른 IT 투자는 최첨단 의료 장비를 더욱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어느 곳에서 한발 앞선 투자의 이점을 찾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엑스레이 촬영실로 갔다. 촬영실에는 3세대 DR시스템을 채용한 첨단 촬영 장비가 있었다. 이 장비는 2세대 엑스레이 촬영 장비에서 쓰이는 카셋트(1세대 촬영 장비의 경우 필름)를 넣고 뺄 필요가 없는 첨단 장비였다. 이 장비를 도입하는 것과 IT 투자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했다.
김정수 강남병원 주임은 “장비를 사서 쓰면 되지 않느냐는 건데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며 “촬영한 데이터를 바로 모니터링하고 읽어서 진료하는 의사에게 바로 전달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서는 고가의 장비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새로운 첨단 장비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이뤄져도 기존 PACS와 EMR 등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이뤄져야 제대로 된 효용성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다.
◇중환자실은 무선 인터넷존=강남병원은 최근 병원 전 구역을 무선인터넷 구역으로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의사와 간호사 등이 병원 IT 지원팀의 지원을 받아 편하게 무선인터넷을 활용할 수있는 유일한 공간은 중환자실이다.
중환자실에 들어선 순간 간호사 몇 명이 모여 있는 중앙 데스크의 수많은 모니터가 눈에 들어온다. 실시간의 환자의 상태를 체크한 데이터가 모여서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전달되는 장치다.
김정수 주임은 “중앙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중환자실의 각 환자별로 건강 상태를 체크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며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실시간으로 경보가 울리는 동시에 수십미터 떨어진 환자 근처에 가지 않아도 어떤 종류의 문제가 발생했는지 모니터링해준다”고 강조했다.
중환자실의 차트 작성과 투약 지시, 처방 등도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다른 병원 중환자실의 간호사들은 차트와 종이를 들고 다니며 환자의 상태를 기록하고 기록한 데이터를 중앙 데스크에 갖고 와 수동으로 입력하는 반면 강남병원은 들고 다니는 노트북으로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
차트와 종이에 쓸 기록할 필요 없이 노트북 PC에 입력만 하면 중앙 모니터링 시스템 및 서버에 자동으로 전송된다. 중환자실의 간호사들은 하루에도 수 백 번씩 수 십 미터를 왔다갔다 하며 환자 상태를 기록할 필요가 없어 노동 강도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르면 내년 초 스마트패드 도입= 강남병원은 현재 스마트패드인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을 이용한 원격진료를 타진중이다. 의사들이 스마트패드를 들고 다니면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 24시간 진료를 가능케 하는 방안이다.
현재 전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와 적극적인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초 시범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마트패드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담당 의사에게 알려주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 처방과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 주임은 “스마트패드가 도입되면 24시간 진료 체계를 구축해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혹 발생하는 의료 사고 및 분쟁을 미연에 방지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선네트워크와 스마트폰, 고성능 의료장비, 고사양 노트북, 스마트패드 등 스마트 빅뱅이 생활의 핵심 서비스인 의료 부문에 파고들고 있는 현주소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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