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시장 자체가 작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였던 로봇 산업이 현대중공업·삼성테크윈 등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잇따른 투자에 힘입어 산업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로봇의 진출 분야 역시 기존 가정용·산업용 로봇에서 의료용·농업용 등으로 다각화되는 추세다.
5일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로봇산업 규모는 약 2조 원으로, 전년 대비 10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 관계자는 “명확한 데이터는 6월에 발표할 예정이지만 국내 로봇업체 실태조사 결과,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시장 규모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로봇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정관을 개정해 사업 목적에 처음으로 ‘로봇’을 올렸다. 인공관절 수술로봇인 ‘로보닥’의 국산화에 성공하면서부터다. 이 회사는 자동차조립, LCD 운반 로봇 등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의 40%, 세계 7%를 점유하며 로봇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 의료용 로봇으로 분야를 다각화하며 종합 로봇생산체제를 구축, 4년 안에 시장점유율 60%와 누적매출 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각오다. 로보닥 양산은 올해 상반기 중 시작된다.
다사로봇을 인수한 동부는 사명을 동부로봇으로 바꾸고 공장 준공식을 마쳤다. 특히 동부한농을 통해 농업 관련 로봇의 연구개발에 착수,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농업분야 로봇을 주문 생산할 예정이다. 현재 인력은 160명으로 다사로봇 인수 전보다 30% 증원했으며 2015년까지 매출 1500억원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보안 및 시큐리티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테크윈의 궁극적인 비전 역시 ‘로봇’이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현재 테스트 중인 국방형 로봇 외에 이동형 감시로봇, 고정형 감시로봇 등과 연계한 시큐리티 솔루션에 사업 비전이 있다”며 “2020년까지 로봇과 연계한 매출을 2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이 밖에 포스코는 자사 포항로봇지능연구소를 통해 로봇기술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자체 R&D 예산을 소폭 늘렸으며 한화는 로봇기술과 연계한 방위산업에 집중하면서 일부 로봇을 직접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성에 비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직 ‘메인’이라 할만한 업체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로봇 시장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까지 실적 호조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가 많은 정보통신기술, 자동차 등에 진출하기 위한 설비자금을 모으려고 대기업들이 로봇투자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2018년까지 세계 3대 로봇강국 도약을 목표로 세계 시장 20% 점유, 신규 인력 8만명 창출 등 로봇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식경제부는 6대 신산업 분야에 로봇을 선정하고 1214억원을 투자할 예정이어서 로봇산업은 민·관의 투자와 함께 빠르게 덩치를 키울 전망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국내 로봇시장 규모(단위:원)
(자료:한국로봇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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