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의 사업구조는 3~4개월 동안 발생한 흑자 매출로 나머지 1년을 이끌어가는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12개월 내내 흑자를 내고 있으며 2013년 매출 1조원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과거 10년간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진한 대가입니다.”
이문용 하림 사장은 지난 10년간 하림이 추진해온 혁신을 이렇게 요약했다. 동종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과 순익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하림의 꿈은 이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해외 축산물이 밀려들어오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경쟁력 있다는 자신감이다.
하림은 2001년부터 10년 동안 비즈니스와 IT혁신을 동시에 진행해왔다. 업무 과정을 중요시 하고 인간 중심적이었던 기존 문화 위에 시스템 경영을 가미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계량적인 문화로 탈바꿈시켰다.
또 단순히 데이터만 집계하던 전산시스템을 고도화하고 활용도를 높였다. 하림은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향후 시장 상황을 예측해 생산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와 비즈니스 액티비티 모니터링(BAM)을 갖췄다. 생물을 다루는 사업 특성 때문에 시장 변화에 따른 사전 예측과 선제적 대응 능력에 회사의 사활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업 핵심은 수많은 경영 변수의 효과적 대응=하림의 비즈니스는 닭을 사육하는 1차와 도계하는 2차, 이를 유통하는 3차 사업이 모두 존재하고 서로 복잡하게 연계돼 있다. 한 가지 요소라도 변화가 생기면 다른 요소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속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대처하는 데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하림에서 매일 수급되는 수십만 마리의 닭은 이미 514일 전에 수급량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생물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누가 얼마나 올바른 예측을 하고 불시의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이 사장은 “이 산업은 상대적 품질이 중요하며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제품의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쌀의 품질이 높더라도 풍년으로 공급이 넘치면 헐값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곡물은 몇 년간 비축이라도 할 수 있지만 축산 가공물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경영 변수에 대처하는 것이 핵심이며 또 어려운 일이다.
물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2차 산업만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이익은 포기해야 한다. 하이리스크 산업에서 대처 능력의 차이는 비즈니스 성과에 몇 배의 차이로 돌아온다. 이러한 산업에서 하림의 오늘을 있게 해준 것은 10년 동안 지속되어온 혁신과 그 과정에서 축적되어온 여러 강점들이다.
◇시스템 경영 위한 첫걸음 내딛다=10년 전 하림은 기간계 시스템인 하티스(HATIS) 1.0을 구축해 사용하고 있었다. 하티스 1.0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그룹웨어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본적인 데이터 집계 외에 시스템 활용도는 미미했다.
당시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적어 활용에 거부감이 많았다. 하지만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 경영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하림은 본격적으로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우선 기존 하티스 1.0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주력했다. 핵심은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소통 강화였다. 지역 소장들에게는 업무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했다. 축산농가에 컨설팅할 수 있을 정도의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자원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ERP 모듈 도입도 검토했다. 하티스 1.0 구축 이전에도 ERP 시스템 도입을 검토했지만 다른 제조기업과 판이하게 다른 업무 구조 때문에 도입을 보류했다. 결과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생물을 다루는 사업 특성상 수급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ERP 전문 업체들도 난색을 표시할 정도로 ERP 적용이 쉽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ERP 업체들도 솔루션을 공급하기 위해 하림의 업무 프로세스를 검토했지만 패키지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포기했다. 대형 SI 업체들도 일부 업무를 수주했다가 혼쭐이 난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런 분야에 개발 경험을 가진 업체와 인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외부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현업 사용자들을 파워 유저로 육성하는 것이었다.
◇내부 파워 유저 육성해 외부 힘없이 시스템 구축=하림은 2005년부터 IT와 BI 파워유저 양성을 시작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현재까지 BI파워유저 3기(28명), IT파워유저 2기(18명) 등 5회에 걸쳐 총 46명을 배출했고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오후 2시부터 새벽 2시까지 6개월간 교육을 진행했는데 힘든 과정이었음에도 직원들이 잘 따라주었다”며 “2008년엔 BI시스템 구축과 맞물려 BI파워유저 1기를 배출했는데 이들이 경영관리와 회계관리 영역에서 요구사항 분석 등 큰 몫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2004년까지가 하티스 1.0을 기반으로 전자결재와 지식관리시스템(KMS), 창고자동화시스템(WMS) 등 정보화의 기반을 구축한 단계였다면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하림 정보화의 성숙 단계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하림은 인력 양성 로드맵을 기반으로 IT와 BI파워유저 양성을 시작했고 시장 분석을 위한 데이터웨어하우스(DW)와 올랩(OLAP), 경영관리시스템(EIS)을 중심으로 BI시스템을 구축했다. 공급망관리(SCM) 체계도 이 시기에 갖췄다.
현재 하림은 각 공정마다 바코드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모든 생산과 판매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또 농장과 공장, 판매처를 잇는 통합 공급망 관리를 구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경영위원회가 주최하는 글로벌경영대상에서 SCM 경영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BAM에 기반한 BI 추진=2009년부터 진행돼온 하림 정보화의 최적화 사업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하티스 2.0 구축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9년 7월부터 시작해 약 18개월 동안 추진됐는데 일부 외부 개발자와 컨설팅 업체를 제외하고는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을 내부 인력들이 책임졌다. 그동안 양성한 IT와 BI파워유저들이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 것이다.
하티스 2.0은 웹 기반으로 하림그룹 가금 5개사의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하나로 통합한 시스템이다. 하림은 각사의 기준정보값을 하나로 통합하고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BPR)를 통해 표준 업무 프로세스를 정의했다. 특히 계열사 추가나 물류센터 통폐합 등 향후 사업 확장을 고려해 시스템의 확장성과 유연성에 초점을 뒀다.
하티스 2.0을 구축하면서 하림은 전사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를 완성했으며 이제는 통합 BI와 비즈니스 액티비티 모니터링(BAM) 시뮬레이션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BAM 시뮬레이션을 위한 개념증명(PoC)를 끝마친 상태다. BAM에 근거를 둔 BI 활동을 하자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이 사장은 “기간계시스템인 하티스를 중심으로 BI시스템과 EIS를 구축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BAM을 통한 시뮬레이션 구현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2013년까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하는 전사 포털(EP)도 구축해 진정한 시스템 경영을 뿌리내리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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