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Thanks), 친구들(guys)….”
앤디가 읊조린 마지막 그 한마디. 사람마다 느끼어 마음이 움직이는 게 천차만별이겠으나 나는 어둠 속에서 가슴이 뻐근했다. 1995년 ‘토이 스토리’에서 1999년 ‘토이 스토리 2’와 2010년 ‘토이 스토리 3’로 이어진 주마등에 울컥! 느낌이…, 꽉 차올랐다. 고개 돌렸을 때, 나와 아내의 유전자를 50%씩 갖고 세상에 나온 아이. 그 친구 눈에 맺힌 ‘느낌’까지…, 기어이 넘쳤다.
‘토이 스토리’는 할리우드 영화의 공식 같은 것에 충실했다. 장난감 주인 앤디에게 외면당하거나 버려지는 장난감 우디, 자괴하고 갈등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오는 우디와 친구들, 행복한 결말, 여기저기서 따온 이런저런 장면 등등. 그 뻔하고 얕은 공식에 왜 늘 빠질까. 왜 늘 재미있는가. 픽사(PIXAR)에 모인 이들이 담을 수 있는 모든 걸 ‘함께’ 담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다리가 바닥에 붙은 플라스틱 초록 군인 장난감이 움직이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 신발을 널빤지에 붙인 뒤 걸어볼(231쪽) 정도로 뜨거운 그들의 열정이 고스란해서다. 그들이 ‘연필을 가진 배우(애니메이터)’여서다.
한두 천재가 픽사의 전부를 만들어내지 않았다. 굳이 ‘천재적’이라고 꾸며야 한다면 ‘돈이 될 미래에 천재적으로 밝았던’ 스티브 잡스가 있겠다. 그가 픽사의 적자에 진저리가 나 회사를 팔아버릴 생각을 할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돈을 댔으니 ‘토이 스토리’ 탄생의 일등 공신이다.
‘토이 스토리’에 전염된 나의 그 소중한 친구는 지금 픽사가 만든 여러 애니메이션에 자기 꿈을 붙여간다.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카’ ‘라따뚜이’ ‘업’까지다. 특히 ‘라따뚜이’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가 다 닳아 해지지 않을까 걱정일 정도다. 그 친구는 1998년 작 ‘벅스 라이프’와 함께 DVD에 담긴 4분 30초짜리 단편영화 ‘제리의 게임’에 등장한 제리가 무서워 늘 엄마 아빠 등 뒤에 숨었다가 플릭이 등장할 즈음부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2003년 작 ‘니모를 찾아서’로부터 영화상영관에 함께 갔기에 잔재미와 추억이 더욱 컸다.
책은?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기자처럼 픽사가 궁금하거나 픽사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독자라면 얼마간 가치가 있겠다. 스티브 워즈니악이 “스티브는 돈을 원했죠”라고 말한 사연(139쪽), 스티브 잡스가 학비가 비싼 리드칼리지에 가려고 고집을 피웠다는 얘기(140쪽) 등도 독자에 따라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휴가 때마다 과학 책과 논문을 꼭 챙기는 괴짜 중의 괴짜였다(25쪽)는 에드윈 캣멀과 자동차를 좋아하더니 기어이 ‘카’를 만든 존 래스터 같은 이가 궁금하다면, 다케우치 가즈마사가 쓰고 문화발전이 펴낸 ‘애플의 발상력’을 곁들여 읽는 것도 좋겠다. 드림웍스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 ‘이집트 왕자’가 아닌 ‘개미’였던 이유(292쪽)도 재미있다. 1998년 5월쯤부터 1999년 1월께까지 픽사의 ‘벅스 라이프’와 드림웍스의 ‘개미’와 ‘이집트 왕자’를 모두 본 뒤 기사로 다룬 나는 책 속 영화 제목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다.
“고마워, 친구들….” “고마워, 픽사….”
데이비드 A 프라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흐름출판 펴냄.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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