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신혼집에 들여놓을 청소기를 구입할 목적으로 지난 주 백화점 가전코너를 방문했다. 청소기는 흡입력이 좋아야 성능이 뛰어나다는 게 상식이다. 대부분 진공청소기는 친절하게도 제품 전면에 큼지막하게 숫자를 표기해 놓았다. 판매원은 제품 수치가 곧 흡입력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국산과 외산 제품 숫자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숫자가 큰 제품에 먼저 손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좀 비쌌지만 흡입력이 뛰어나다는 점에 이끌려 구매했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이전에 사용했던 청소기와 차이가 없었다. 왜일까.
봄이다. 봄맞이 대청소를 위해 청소기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결혼시즌을 맞아 혼수 가전을 찾는 신혼부부도 분주히 가전 매장을 찾고 있다. 진공청소기는 필수 혼수가전 품목의 하나로 떠오른 지 오래다. 당연히 흡입력이 높은 진공청소기를 찾는 게 인지상정이다. 당장 청소기 전면에 표시된 숫자부터 확인한다.
그러나 수치가 높을수록 흡입력이 좋다고 생각하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전면 숫자가 항상 흡입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 즉 흡입력과 청소기를 돌리는 데 필요한 전기 에너지인 소비전력 모두 전력 단위인 ‘와트(Watt)’를 사용한다. 일부 업체는 이를 악용해 편법으로 표기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술표준원은 소비자 혼란을 막기 위해 2008년 7월부터 진공청소기 기준을 ‘진공청소기와 포장 등에 흡입력 또는 소비전력을 표시할 경우, 표시 내용이 혼동되지 않도록 흡입력 또는 소비 전력임을 나타내는 표시를 해야 한다’고 개정했다. 숫자만 표기했던 과거와는 달리 숫자의 의미를 함께 표시해 소비자가 표시 기준의 정확한 의미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문제는 아직도 일부업체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 삼성과 LG전자 등 국내 청소기업체는 규정에 따라 청소기 전면에 ‘흡입력’이라는 문구와 숫자를 함께 표기해 오해의 소지를 줄인 반면, 수입업체는 여전히 소비전력 값만 표기하고 있다.
시간당 에너지 소모량을 뜻하는 소비전력은 흡입력에 비해 평균 두 배 정도 수치가 높다. 결국 판매원이나 카탈로그를 통해 추가 설명이 없으면 수치를 이해하는데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청소기 전면에 적힌 소비전력을 흡입력으로 설명해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대표 외산 브랜드 지멘스가전은 전면에 아무 설명 없이 1000W라고 숫자만 표기하고 있다. 반면에 LG는 흡입력이라는 표기와 함께 500~510W 숫자를 함께 표시해 혼란을 줄이고 있다. 그럼 실제 흡입력 차이는 어떨까. LG전자 측은 “흡입력은 국내제품이 수입제품 보다 1.3배가량 강력하다”며 “또 소비전력도 국내가 절반 수준으로 에너지 효율등급도 1~2등급 높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청소기사업팀장 김응달 부장은 “국내와 해외 청소기는 제품 전면에 표기된 수치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흡입력인지 소비전력인지 확인한 뒤 구입해야 한다” 며 “소비전력과 흡입력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