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의 설계수명 30년이 넘었다고 운전을 중단하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원자력계의 몇 안 되는 원전안전 전문가로 꼽히는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안전연구본부장은 “고리 1호기의 계속 운전은 충분한 기술적인 근거를 가지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며 최근의 연장 논란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고리 원전 건설 당시 정부가 일본의 원자력법을 참고해 설계 수명을 30년으로 제한했으나, 같은 기종의 미국 원전은 처음부터 40년으로 설계했습니다. 대부분은 60년까지 연장됐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백 본부장은 국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국내 원전들이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따라 설계·건설됐다. 30여년간 매우 우수한 안전 실적을 보여 왔다”며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건설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안전 요건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각 분야에서 실전 경험이 많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한 것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부터 원자력기술을 도입했기에 원천기술 일부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적인 신규 원전 건설 과정에서 산업체, 규제 전문기관 및 연구기관의 기술 역량이 크게 향상된데다 경수로 안전기술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다.
“안전성 검증실험 분야와 안전해석 기술 및 안전규제 실무능력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원자력 R&D는 효과적으로 추진돼 왔다고 보는데, 연구 기획 과정에서 성공적인 연구성과를 낸 연구자들의 의견이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었으면 합니다.”
백 본부장은 “일본의 원전사고를 보며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안전에 대해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지금까지 원전 설비 자체의 안전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왔는데, 자연 재해 등 원전 외부적인 원인에 대한 대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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