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융합은 지난 수년간 우리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높은 관심에 비해 가시적 성과가 뚜렷하지 않고, 실제 융합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일부 이야기도 있지만 IT융합은 산업계에 소리없이 스며들어 여러 산업의 큰 틀을 바꾸고 있다.
◇지능형 자동차 핵심은 IT융합=지동차 분야는 차량용 소프트웨어플랫폼과 자동발렛파킹 등 편의 기능까지 다양한 IT융합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2009년부터 자동차 IT혁신센터를 운영하면서 완성차 업체가 필요로 하는 차량 IT융합과제를 중소기업이 개발토록 지원해왔다. 차량용 단말에서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구현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유비벨록스), 텔레매틱스용 다국어 음성인식 솔루션(미디어젠), 차량용 맞춤형 사용자인터페이스기술(디지털아리아), 차량용 웹 브라우저(오비고코리아) 등이 선보였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IT혁신센터의 도움을 받아 차량용 내·외장 통합형 안테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현재 GM, 폭스바겐, 혼다 등과 협력을 진행 중이다.
◇조선, 항공 IT융합도 확산=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현대중공업이 만든 선박통신기술(SAN), 디지털조선야드 기술. 원격지에서 간단한 선박의 고장까지 처리할 수 있고 선박 제조현장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수단으로 관심이 높다. 이미 세계 1위 해운사의 컨테이너선에 관련 기술이 탑재되는 성과를 냈다.
최근 인도네이사에 수출이 성사된 T-50 고등훈련기에 탑재되는 무장관리컴퓨터와 임무컴퓨터는 항공IT의 산물로 꼽힌다. 무장관리컴퓨터는 조종사의 무기 사용을 훈련시키고 장착된 무기를 제어하는 기능을 하고, 임무 컴퓨터는 조종사의 작전수행 과정을 제어하는 컴퓨터다. T-50의 공동개발사인 미 록허드마틴도 차세대 훈련기에 우리 융합 기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봇은 이미 수출성과, LED 세계 2위에 올라=로봇은 대표적인 요소기술의 집합체로 꼽힌다. 로봇에서는 이미 지난해 감시경계로봇, 휴머노이드 로봇의 수출이 성사됐다. 외산에 의존하던 수술용 로봇도 국산화가 이뤄지는 등의 성과가 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로봇분야 R&D예산을 789억원으로 크게 늘린 상태다.
LED는 소자 생산규모에서 2010년 일본에 이어 세계 2위국이 됐다. 올해 R&D예산 지원도 237억원에 달한다. LED를 이용한 그린 조명시스템, 디지털사이니지 등은 일반인이 잘 모르는 사이 우리 생활주변에서 활용된다.
의료IT로 무장한 디지털병원시스템도 있다. 병원건물과 의료서비스, 관련 의료장비와 시스템을 결합한 것이 디지털병원시스템이다. 수출 전문법인인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조합(이사장 이민화)은 최근 페루 수출을 위한 전략적 제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밖에 자가진단모듈(배뇨분석기) 등 다양한 원격진단 의료용 장비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밖에 섬유·패션분야에서는 IT융합을 통해 맞춤형 의류와 장갑제작, 가상 의류 피팅시스템 등이 활용된다.
◆뉴스의 눈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IT융합 연구개발(R&D)사업을 시작했고, 지난해 7월 별도의 IT융합확산전략도 만들어 발표했다. 지난 3월 산업융합촉진법이 제정되면서 융합산업의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 IT융합은 실효과 창출보다는 선언적 성격만 강하다는 지적도 일부 나온다.
전문가들은 IT융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오픈 마인드 △부처 간 정책융합 △연구소·대학의 적절한 대응체계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선 이종 산업과 기술이 융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만 붙일 것이 아니라 타 산업에 대해 이해하려는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융합과제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기 기술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타 산업의 특성과 문화를 알고, 이를 화학적으로 결합해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기술변화가 빠른 IT와 제품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는 건설·조선 등과는 접근이 다를 수 있다. 이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정부 부처간 조율은 융합시대에도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 가운데 하나다. 융합정책들은 단일 부처가 해결할 사안보다 여러 부처가 협업해야하는 건이 많다. 기득권 싸움이나 별도의 정책 남발을 없애기 위한 부처 간 융합도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연구소나 대학은 대부분 기계, 전기, 화학 등으로 구분돼 있다. 산업환경은 빠르게 융합을 요구하는 데 이를 뒷받침할 연구소와 대학은 아직도 몇 십년 전 획정 체계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교육체계와 연구 시스템도 융합시대에 맞게 적절한 보완이 이뤄져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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