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능력과 기술력, 아이디어를 갖춘 전문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기업이 설립되면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높을까?
‘학교기업’은 이런 생각을 단초로 2003년 9월 제정된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법률에 근거해 교육전문기관인 대학교와 전문대학, 고등학교 안에 학교기업을 설립하도록 했다. 또 각 학교기업은 학생의 현장실습 교육과 교원의 연구 활동을 통해 개발된 기술을 상품화했고, 직접 활용하지 못한 연구결과는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사업화를 촉진했다.
이에 힘입어 학교기업은 지난 2004년 9월 18개 대학과 17개 전문대학, 5개의 실업고등학교에 설립됐고 올 1월 현재 약 220개로 늘었다. 또 일반 기업체 못지않은 시설과 규모를 갖추게 됐다.
학교기업은 그동안 현장실습 교육을 통한 실무 적합형 인재를 육성하고, 고용 창출로 실업을 해소했다. 개발된 교육 자료를 이용해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과 제조, 유통 등에 관한 신지식을 가르쳤다. 또 학교기업 운영 수익금을 참여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생활비 등으로 지급해 학생들의 자발적인 현장교육 참여를 유도하고, 학교기업의 활성화에 힘써 왔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대학교 120곳과 전문대학 142곳, 고등학교 108곳에 총 950억원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학교기업은 직원 총 2362명을 채용했고, 학생 8만5553명이 현장실습 교육을 받았으며, 매출도 1128억원을 올렸다.
학교기업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사단법인 한국학교기업협회의 도움이 컸다. 학교기업협회는 200여개 학교기업이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6년 12월 창립됐다. 일선 학교들이 학교기업을 시작하면서 겪는 각종 인허가 절차와 세무, 회계, 인사관리 및 법률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협회는 각종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건의해 금지업종 수를 줄이는 등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학교기업간 공동 홍보를 통한 협력 마케팅과 수익 증대를 위한 양해각서(MOU) 교환을 추진했다. ‘제조업종 학교기업간의 업무제휴에 관한 공동 홍보 협약’과 ‘학교기업 발전을 위한 협력 제휴’ 등이 그것이다.
학교기업협회는 ‘미래 한국의 희망은 교육! 학교기업이 함께 합니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학교기업 사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걸쳐 지원하고 있다.
학교기업이 그간 거둔 성과는 남다르다. 운영수익으로 학교에서도 구입하기 쉽지 않은 수 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를 연차별로 구입해 학생들의 현장실습과 관련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각종 검사와 제조는 물론이고 대기업도 직원의 위탁교육을 의뢰한다. 직·간접 고용과 창업 지원을 통해 지역의 실업난을 해소하고 실업자에게 무료로 직업교육을 하는 등 사회적기업의 역할까지 한다.
정재현 한국학교기업협회장(충주대 보건생명대학장·충주대 바이오식품 학교기업 총괄책임자)은 “학교들의 ‘꿈을 향한 도전’이 시작됐다”면서 “시작은 늦었지만 학교기업의 많은 교직원들의 열정과 땀이 학교와 사회, 나아가 나라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원하는 ‘현장실습형 맞춤형 인재’를 키워내는 학교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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