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의 수장 교체가 마무리되고, 금융시장 ‘대변화’의 막이 올랐다. 맨 처음 도려내야할 부분이 저축은행 부실 문제다. 영업정지 등 1차적인 조치는 취해졌으나 근본적인 건전화와 체질 개선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저축은행 문제 해결의 새로운 대안에 대해 3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대형 금융지주들이 저축은행 부실의 ‘청소부’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우리금융이 1~2개 저축은행의 추가 인수를 공언했고, 신한금융도 매물로 나오면 인수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KB와 하나도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의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내달 내놓을 저축은행 경쟁력 제고 방안 전에 어느 정도 저축은행 M&A 등 부실정리에 가닥이 잡히길 바라는 처지라 이 같은 지주사들의 움직임을 은근히 부추기는 눈치다.
하지만, 금융권 내외부에선 은행지주들의 저축은행 떠안기가 자칫 ‘부실 전이(轉移)’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또 대형 은행이 이미 광범위한 지점망과 여·수신 체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그야말로 조족지혈 수준인 저축은행을 M&A한다고 해서 시너지가 나올게 없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지금의 은행지주들의 움직임은 대부분 회장이 새로 임명된 처지에, 감독당국과 정부의 환심을 사려는 뜻이 많이 담겨 있다”며 “명분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돕는다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이 떠맡아야 하는 처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부분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저축은행이 부실을 털어내기는커녕, 최근 지주사들의 경쟁에 편승해 몸값을 높이면서 M&A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 관계자는 “은행지주들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저축은행 매물을 사들일 수는 있지만, 그 작업이 합당한 가격으로 이뤄질지는 의문이 많다”며 “지주사들이 지금처럼 쫓기듯 진행하다보면 저축은행 호가(呼價)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에 따라 은행지주 중심의 M&A만이 문제 해결의 종착점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시장중심의 M&A를 활성화시켜 금융권 전체의 선진화·건전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와 관련,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증권사들의 저축은행 M&A 움직임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지점망 확보, 상품다변화, 종합 금융사 전환 등을 위해 저축은행 M&A에 의욕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자금력과 덩치로만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를 매길 것이 아니라, 어느 방향이 시장 체질 개선에 유익한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kr
<표>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 일지
저축은행명영업정지일
삼화2011년 1월 14일
부산·대전2011년 2월 17일
부산2·중앙부산·전주·보해2011년 2월 19일
도민2011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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