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식 시장이 날로 팽창하면서 상장 기업과 증시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1700여개사가 활동하는 한국 거래소에서 좋은 투자 종목을 골라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1년에도 수십개의 기업이 사라지고 100개가 넘는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만큼 많은 변화가 있어 기업의 활동 상황조차 파악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상장기업의 방문과 인터뷰, 증시 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한 종목 분석으로 투자자에게 상장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시리즈로 연재한다.
아모텍은 한국의 ‘교세라’를 꿈꾼다. 교세라는 100년이 넘는 세라믹 분야의 기술력을 발판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본 전자 부품 업체다. 하지만 아모텍은 투자자 입장에서 당장 수익을 내기에 매력적인 주식은 아니다. 단기투자를 하기에는 재료의 영향에 둔감하고, 주가도 1년간 6000∼8000원에서 횡보상태다. 주력 품목인 칩배리스터가 수십배에 팔리던 시절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애널리스트의 분석도 지난해 12월 이후 통 볼 수가 없다. 주주게시판에는 무덤덤한 주가에 악평이 난무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아모텍의 주가 부진 이유에 대해 묻자 “기술력은 좋은 회사지만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아모텍의 주식을 외면하는 데는 칩배리스터의 단가 하락과 신제품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칩배리스터의 단가 인하 압박은 계속되면서 매출과 이익률이 줄어드는데 새로운 성장엔진이 투자자 입장에선 미덥지 못한 것.
김병규 아모텍 회장은 이에 대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겠다”며 “올해 초까지 신제품에 대한 시설과 연구개발 투자가 지속되면서 당장 큰 이익을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익에만 급급하지 않겠다는 김병규 회장의 의지가 주가에는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김 회장은 다만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모텍의 최근 현황을 들여다보면 김 회장의 자신감이 근거 없는 게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
우선 아모텍의 최근 실적을 들여다보면 그리 나쁘지 않다. 지난해 이 회사는 매출 908억원 영업이익 58억원을 거뒀다. 매출이 전년대비 20% 가량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대비 소폭 하락했다. 영업이익 감소는 지난해에만 100억원 넘게 스마트 모터, NFC안테나, AMO TVS 등 신사업의 시설과 인력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신사업의 시장 진입 신호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스마트(BLDC) 모터의 세탁기 시장 진입이다. BLDC모터는 기존 모터 대비 에너지 효율이 높고 소음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10여년간 연구개발 끝에 지난해 월 5만개 수준의 양산설비를 중국에 갖췄다. 미국의 월풀, 중국의 하이얼과 미디어, 터키 등의 가전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올해 10만개 수준으로 라인을 증설한다. LG전자, 도시바, 마쓰시타 등 쟁쟁한 글로벌 가전 기업 틈에서 150여개의 특허를 확보하면서 자생력을 갖춘 셈이다. 아모텍은 올해 모터 분야에서 지난해 매출 130억원 대비 2배 늘어난 250~3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비수기인 1분기에 이미 이 분야 매출 30억원을 달성했다.
안테나와 정전기 및 노이즈 방지 소자 등도 아모텍을 눈여겨 볼 이유다. 칩배리스터의 경쟁 시장인 TVS 다이오드에서 아모텍은 최근 국내외 메이저 업체의 승인을 받으면서 대규모 공급 가능성이 열렸다. TDK와 무라타 등 일본 기업이 장악한 TVS 시장은 칩배리스터 대비 수량이 비슷하게 사용되면서도 가격은 10배가 넘어 수익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스마트폰 등 소형 가전에서 신호가 노이즈를 제어해 동영상을 선명하게 만들어 주는 EMI필터 역시 최근 국내 메이저 업체의 승인을 받아 납품을 앞두고 있다. 특히 EMI 필터 소재인 페라이트 시트를 자체 조성을 통해 개발해 원가경쟁력까지 확보했다. 더불어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최근 고객사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어 수혜도 기대된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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