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된 운용체계(OS)를 통해 이 손목시계가 모바일 와이파이 핫 스폿이 됩니다. 지금 보시는 시계가 지난주에 받은 세 번째 시제품입니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HP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첫 강연자로 나선 필 매키니 HP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노트북이 아닌 손목시계를 가장 먼저 들고 나왔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HP랩에서 개발하고 시계 제조사인 FOSSIL이 판매를 담당할 이 ‘메타워치’는 OS를 확장해 디바이스끼리 연결될 수 있는 ‘스마트 홈’ 환경을 상징하는 HP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메타워치는 웹OS 기반의 HP 기기와 연계해 이메일이나 캘린더를 시계를 보고 확인할 수 있다. 키보드와 연계한 이중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정식 제품이 상용화되면 LCD 화면과 무선 중계기가 추가된다.
PC 제조기업인 HP가 변신 중이다. 웹OS를 필두로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온 HP는 궁극적으로 원천기술 개발 및 판매 기업까지 넘보고 있다.
필 매키니 CTO는 HP랩에서 개발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부품 마이크로 필름도 직접 기자들의 눈앞에 펼쳐보였다. 매키니의 바지 주머니에서 꾸깃꾸깃 접힌 채로 등장한 이 필름은 HP랩에서 지난 9년간 개발해온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시제품으로 2년 안에 첫 번째 상용화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매키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OLED를 담아서 완성하는데, 생산 원가는 LCD보다 60% 저렴하다”며 “향후 비용이 더 떨어지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방에 벽지로도 바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P는 세계 174개국 8만8000여 매장에서 1분에 120대씩 PC를 판매하는 공룡 기업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스마트패드의 등장은 HP의 비전도 바꿔놓았다. 주력 제품이던 PC 생산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해진 것. 이에 HP는 OS의 확장으로 가정이나 사무실 내 설치된 모든 기기들이 서로 연결돼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원천기술을 개발, 판매할 계획이다. HP는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HP랩을 따로 두고 450여명의 박사급 인력을 고용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필 매키니 CTO는 HP의 방향성에 대해 “하나의 모바일 기기를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동안 가정 환경을 망라하는 모든 기기 환경을 제공하는 회사는 없었습니다. 변신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고, 이용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디지털 기기에 연결되도록 해주는 것이 HP가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HP랩은 스마트 가전 및 가정 내 에너지 발생률과 효율적인 지원체계도 연구 중이다. 매키니 CTO는 “2019년에 스마트 기기 도입이 완료되고 센서 데이터가 개발되면 이를 바탕으로 HP의 인텔리전트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며 “스마트 하우스 안에서 93세 할머니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당뇨병 수치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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