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지나면 청소년의 게임을 막는 이른바 ‘신데렐라법’ 셧다운제가 오픈마켓 정상화를 막고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그 해답을 자율 규제에서 찾는다.
국회에 처음 상정된 게임법 개정안에는 오픈마켓·아마추어 게임에 대한 사전심의제도를 완화하고 청소년 과몰입 방지 대책을 담은 자율 규제 계획이 존재했다. 이 법안은 친권자가 자녀의 게임 이용시간을 조정하는 ‘총량제’와 게임업체에 서비스 제한을 요청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포함하고 있었다. 해당 내용은 여성부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과 충돌하면서 16세 미만의 심야 강제 셧다운제로 조정되면서 삭제됐다.
자율 규제를 준비하던 업계 입장은 난감해졌다. 김성군 한국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업계에서도 게임 이용시간 총량제 등 자율 규제안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양 부처에서 입법안 경쟁에 들어가면서 유명무실해졌다”며 “기업에서 자율규제를 도입해도 법적 강제에 들어가면 그 법에 맞춰 서비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콘텐츠 시장은 스마트폰과 브라우저게임,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으로 플랫폼 간 차이나 국경이 사라지는 추세다. 플랫폼 간 차별을 두지 않는 유무선 연동 서비스가 시작됐고 페이스북은 전 세계 5억 이상의 인구가 이용 중이다. 국내를 제외한 전 세계의 사용자들은 앱스토어, 안드로이드마켓 등 오픈마켓 게임을 자유롭게 다운로드해 이용한다.
북미·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민간심의기구를 통한 자율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자율 규제로 산업 활성화와 실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피로도 시스템’의 일괄 적용이 효과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부모와 기업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자율 규제로 전환했다. 친권자인 부모가 게임이용시간 및 현황을 기업에 요청해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샨다·넷이즈·텐센트 등 중국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게임사들이 참여해 효과를 봤다.
학부모들도 입법학회 설문조사를 통해 일괄적 심야 셧다운제보다 개인의 생활습관과 게임 이용 시간을 고려한 선택적 시간관리 시스템이 게임 과몰입 방지에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게임업계도 게임의 부정적 효과에 공감하며 자정활동에 나선 바 있다. 2009년 게임업계는 그린캠페인을 통해 자체적으로 이용자의 게임이용 시간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기울였다. 게임문화재단도 과몰입 치료센터 마련, 게임이용 가이드북 제작·배포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업계와 학계는 시대와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어 자율 규제의 실질적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청소년 보호 방안 및 과몰입 방지를 위한 제도 영향 평가와 사회 전반의 합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게임업체 대표는 “업계 스스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는 게임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자율 규제를 실행하려면 실효성 있는 제도 아래 일관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
-
김명희 기자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