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업계가 혁신을 화두로 탈바꿈하는 시점에 예기치 못한 재앙이 닥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지진 피해가 워낙 커서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본의 저력을 볼 때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입니다.”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48)은 “일본의 진짜 경쟁력은 다소 느리지만 탄탄한 안전망 시스템”이라며 “철두철미한 일본이 큰 재난을 당할 정도면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푸스는 다행히 강진과 관련해 큰 피해가 없었다. 주요 생산 공장이 피해 지역에서 다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렌즈 공장은 지진과 해일의 직접적인 타격 지대였던 일본 동부의 반대편인 서부 나가노현에, 의료기기 공장은 북부인 아오미리현에 위치에 있다. 방 사장은 본사 피해는 없지만 전 직원이 업무를 중단하고 피해 복구에 두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 사장은 단순히 올림푸스 한국법인 대표가 아니다. 지난 11일 발생한 일본 재난이 남의 일 같지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최근 올림푸스그룹 집행 임원으로 뽑혔다. 집행 임원은 그룹 전체의 정책과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기구. 본사를 포함해 전 세계 150개 법인 중 20여명뿐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며 일본인을 제외한 아시아인으로서도 최초다. 집행 임원 중 외국인은 방 사장을 포함해 단 3명이다.
방 사장이 이끄는 올림푸스한국은 2003년 설립 3년 만에 디지털카메라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내시경 사업에도 진출해 90%이상의 국내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방 사장은 성공적인 현지화 모델로 본사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집행 임원은 영상·의료·신규 사업 등 각 부문 CEO로 이루어졌으며 그룹 전체 의사결정체입니다. 올림푸스는 300여 해외법인과 자회사가 있으며 직원 수만 4만 여명에 달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지만 그만큼 한국 위상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방 사장은 집행임원 선임은 한편에서는 일본 기업이 점차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 사례라고 강조했다. “과거 일본 기업은 기초가 강하지만 운영에 있어서는 보수적이었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식이었습니다. 집행 임원 연령대도 50대 후반과 60대가 주류였습니다. 40대 집행 임원은 처음입니다. 이는 그만큼 일본이 안팎에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으며 실제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방 사장은 2003년에 그룹 영상시스템 부문 아시아 중동 총괄사장, 2004년에는 올림푸스이미징 등기 임원(보드 멤버)으로 뽑혔다. 당시에도 최연소 등기 임원으로 주목을 받았다. 방 사장은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역할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며 “올림푸스그룹의 글로벌 경영체계 강화와 올림푸스한국 현지화를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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