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일본 지진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
일본 대지진 이후 주말을 보내고 개장한 한국 증시는 코스피는 0.8% 상승한 1971.23, 코스닥은 3.0% 하락한 502.98로 마감했다. 반면에 일본 증시는 여지없이 하락했다. 닛케이지수는 개장 후 2.04% 하락한 10042.08로 시작했다. 장중 낙폭을 키워 6.58% 하락한 9578.65을 기록했던 지수는 전일대비 633.94포인트(6.18%) 하락한 9620.49로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가 이처럼 일본 지진에 충격이 덜한 데는 1995년 당시 한신대지진 때와 달리 경제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이는 1994년 전 세계 명목 GDP에서 17.9%를 차지하던 일본의 비중이 한신대지진 발생 후 2010년 8.7%로 하락한데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15년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여기에 그간 한국 경제가 정보통신(IT)·전기전자·철강·자동차 등에서 경쟁체제를 유지하면서 일본 산업이 타격을 입으면 한국 산업은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로 변화된 것이다.
실제 일본 증시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낸드플래시메모리 업체인 도시바의 주가가 16.29% 폭락했고 D램업체인 엘피다 역시 12.14% 급락했다. 이밖에 소니가 9.12%, LCD 업체인 샤프 8.20%, 무라타제작소 8.94% 하락하는 등 IT업체 주가가 대부분 하락했다.
반면에 국내 증시에선 삼성전자가 4.41% 오른 90만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 4.29%, 삼성전기가 0.85%, 화학과 2차전지로 대표되는 LG화학이 전일 대비 5.41% 상승했다. 일본 대지진 발생으로 부품·재료 수급난과 전력난, 수송 차질 등으로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에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반면에 국내 업체는 공급부족에 따른 반도체·LCD 가격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주요 비메모리 반도체와 소재의 공급 부족으로 국내 완제품 전자업체의 일부 공급 차질이 있겠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종과 핵심 소재가 국산화된 MLCC, PCB, 반도체 장비 업종 등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한신대지진 이후 일본 수출이 본격적인 회복세로 전환된 것이 7개월 후라는 점과 이번 지진의 피해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수출이 회복세로 바뀌는 데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최대 채권국인 일본이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자금을 회수할 전망이어서 엔고가 불가피해 엔고로 수혜를 입었던 국내 산업계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총수출에서 품목별 비중은 기계류 19.8%, 전자기기 17.6%, 승용차 11.7% 등으로 한국과 첨예한 경쟁구도에 놓인 업종이 상위권을 차지한다”며 “기반시설 붕괴에 따른 수출지연과 가격경쟁력 훼손을 감안할 때 한국의 경쟁업체가 분명히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코스닥 시장의 상대적으로 큰 폭 하락에 대해서는 중소업체의 특성상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코스닥 기업 가운데는 엔화 대출을 통해 자금을 충당한 기업들이 많아 엔화 강세로 인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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