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으로 전 세계 전자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해 전 세계 생산의 20% 이상인 633억달러의 매출이 일본에서 이루어졌다. 디스플레이는 대략 10% 내외 정도를 차지한다. 더구나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및 부품·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전 세계 전자기업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부품소재 분야에서 특정 일본 기업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소자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닫은 공장들=소니는 후쿠시마와 미야기 인근에서 배터리·칩·스마트카드를 생산하는 6개 부품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특히 미야기현의 마그네틱 테이프와 블루레이디스크 생산공장 1층은 완전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파나소닉은 디지털카메라와 오디오기기, 전자부품을 생산 중인 몇 개 공장의 운영을 잠정폐쇄했다. 파나소닉 측은 해당 지역에서 부품 수급 및 유통망이 마비됐으며, 현재로선 전체 피해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부 시스템반도체 기업도 피해를 입었다. 도시바는 이와테현 시스템LSI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또 다른 부품업체인 아사히카세이도 미야기현의 시스템LSI 공장을 멈췄다. 세계 3위의 반도체기업인 르네사스 역시 아오모리현 등 6개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LCD의 기초 소재인 LCD 유리 분야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글라스가 이번 지진으로 정전이 발생하면서 일부 용해로 가동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기업들의 메모리 및 LCD 공장은 주로 남부나 간사이 지방에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은 상태다. 그러나 삼성전자·하이닉스가 지진 여파로 공장 가동이 잠시 중단됐듯이 도시바의 낸드 공장이 가동 중단되는 등 피해가 일부 발생했다. 특히 원전사고 등으로 전력이 불안할 경우 일본 반도체 공장의 정상적인 가동은 힘들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예상되는 피해=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전 세계 전자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13.9%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소비자 가전시장에서는 16.5%, 반도체 시장에서는 5분의 1의 무시 못 할 비중을 점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 전자업계가 생산 능력에 직격탄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D램 업체인 엘피다의 2개 생산라인이나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공장, 샤프의 LCD 패널 라인 등은 일시중단이 이루어졌으나 이후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품업체들이 원자재 확보 및 생산·공급에 애를 먹으면서 향후 2주간은 업계 전반이 공급망 차질로 몸살을 앓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일본은 전 세계 LCD 시장에서 주요 부품·소재의 최대 생산국이라는 점에서 해외 전자업계로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비록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세계적으로 유리기판·컬러필터·발광다이오드(LED)·냉음극형광램프(CCFL) 등 LCD 주요 부품의 수급난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전력·물류 등 인프라가 큰 피해를 입은 만큼 인프라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에 따라 피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분석한다.
◇해외 IT업체들도 촉각=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인 노키아가 일본산 부품 수급난을 겪을 경우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키아측은 “현재로선 (피해 예상규모를) 추정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소니에릭슨 또한 긴장을 늦추지 않는 가운데 현재 일본 부품 공급사들로부터 정확한 피해 상황을 전해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루슨트와 반도체 칩업체인 ST마이크로,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업체인 ASML도 지진 피해에 대한 즉답을 피하는 가운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형준·서한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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