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범국가적으로 ‘녹색열풍’이 몰아치며 친환경 경영에 앞장서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런데 다양한 기업군 중 유독 제약업계가 친환경적인 생산방식을 고집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 중 ‘링거’라 불리는 수액산업이 녹색산업의 한 분야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더 드물다. 수액산업은 특히 3-체임버라는 고부가가치 수액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며 최근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기자는 지난 4일 금요일에 국내 수액의 60%이상을 공급하는 JW생명과학의 충남 당진 공장을 찾았다. 공장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무균복으로 갈아입고 위생검사를 받았다. 연면적 5만1500m² 규모라는 공장은 지나치게 한산했다. 금요일이라서가 아니다. 실제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10명이 채 안 된다. 사람의 힘을 빌리는 곳은 수액 멸균 과정 직전에 이물질 유무를 확인하는 작업 단 하나다.
노정열 JW생명과학 부장은 “수액 용기 제조, 수액 충전, 멸균, 포장 등에 이르는 공정은 모두 정보기술(IT)과 결합해 자동화했다. 특히 물류과정도 자동화 시스템으로 제품 분류, 이동, 선적 등 전 과정을 중앙에서 제어해 낭비요소를 제거함으로써 배차 비효율 문제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이것만으로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라 이름하기에는 부족함이 적지 않다. 실망하던 기자에게 현장 직원은 회사 소개자료를 내밀었다. 그런데 자료가 종이가 아니라 ‘투명비닐’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페이지 한쪽에 ‘환경호르몬 유사 물질이 없는 재질’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 회사가 수액용기로 활용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친환경 필름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액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배출된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1400억원가량을 투자해 친환경 소재 수액 필름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이 회사가 최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3-체임버 수액의 품질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3-체임버 수액은 포도당, 아미노산, 지질 등의 약물을 각각의 방에 주입한 후, 환자에게 투여하기 직전에 혼합해 사용하는 제품으로 생산공정이 까다롭다. 혼합과정에서 균이 침투할 수 있어 반드시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필름으로 포장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비브라운, 박스터, 프레지니우스카비 등 극소수의 업체만 제품을 생산한다. 노 부장은 “11톤 트럭에 기초수액을 꽉 채워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약 8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지만, 같은 트럭에 영양제나 다른 의약품을 실을 경우에는 12억원가량의 매출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박종전 JW생명과학 사장은 “수액의 변신은 전통적 업종도 그린을 만나면 첨단 산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이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올라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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