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통신료? 규제 의지가 열쇠!

 “AT&T가 (이동통신) 데이터 서비스 요금을 어떻게 운용하나요? 버라이즌와이어리스로 빠져나간 AT&T ‘아이폰’ 가입자가 정말 애초 예상치보다 적습니까?”

 지난 4일 오후 국내 이동통신서비스업체에서 일하는 이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새로웠다. 2일(한국시각 3일) 랄프 드 라 베가 AT&T 소비자·이동통신부문 사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건스탠리기술콘퍼런스에 나와 애플 ‘아이폰’의 미국 내 독점 판매계약이 끝난 이후로 나타난 가입자 이탈 현상이 “놀랄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소식을 한국에 전한 날이었다. 그날 드 라 베가 사장은 미국 내 ‘아이폰’ 독점판매 계약 종료(2011년 2월)에 대비해 지난해 6월부터 적용한 이동통신 ‘데이터 서비스 층층 요금제’가 고객 이탈을 막아낸 열쇠라고 밝혔다.

 드 라 베가 발언이 자위일지, 사실일지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입증될 것이겠으나 ‘아이폰’을 비롯한 수많은 스마트폰이 촉발한 이동통신 데이터 서비스 요금제를 둘러싼 이동통신사업자와 소비자의 고민은 이미 수면 위로 떠올랐다.

 AT&T의 ‘데이터 서비스 층층 요금제’는 쓴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다. 지난해 6월부터 월 30달러를 내고 휴대폰으로 쓰고픈 대로 인터넷 등을 쓰는 ‘정액’ 요금제를 없앴다. 이후 월 15달러(약 1만7000원)에 200메가바이트(MB), 25달러(약 2만8000원)에 2기가바이트(GB)로 데이터 사용량을 제한했다. 2GB를 넘어서는 고객에게는 1GB마다 10달러(약 1만1000원)씩 더 받았다. 미국 제1 이동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도 올 여름부터 AT&T처럼 종량제 기반 데이터 서비스 요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AT&T와 버라이즌이 있는 미국뿐만 아니라 각 나라마다 ‘쓰는 만큼 요금을 내는 게’ 소비자에 유리할지, 사업자에 도움이 될지가 짚어볼 대상이 됐다. 한국 내 이동통신사업자가 AT&T의 종량제에 관심을 둘 정도니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소비자에게 무엇이 정답일까. 휴대폰을 쓰는 사람마다 이용하는 방식이 달라 요금도 천차만별이겠지만 생각보다 ‘돈을 내는 만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가 부지기수라는 게 문제다. 소비자는 무르고 약하다.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 이동통신사업자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컴은 국영기업이었던 브리티시텔레콤(BT)의 통신 가입자회선(Local Loop)을 ‘별도 판매(Unbundling)’하게 만들어 올 1월 기준 인터넷 요금을 2005년보다 평균 52%를 떨어뜨렸다. 이를 두고 한국 내 이동통신사업자 관계자는 “영국은 ‘서비스’ 기반 경쟁 규제 국가이고, 한국은 ‘설비’ 기반 나라이기 때문에 서로 상대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슴에 손을 올려놓고 말하자. ‘설비’와 ‘서비스’ 규제가 달라 영국과 한국을 상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국 통신 시장에 경쟁 촉진책을 도입할 때 ‘설비’를 바탕으로 했기에 ‘서비스’ 경쟁 규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도대체 왜 정보통신부(지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입자망 별매(LLU), 설비공동제공, 이동전화기지국 공용화를 꾀했겠는가.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