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기자의 책 다시 보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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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비주류 경제학자들, 비판은 잘하는데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게 문제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라 경제 정책을 맡깁니까.”

 선후배 기자 몇몇과 함께 탁자에 올린 ‘김수행 성공회대 교수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경제론’을 둘러싼 토론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터져 나온 어느 언론사 후배 기자의 말이다. 그 말에 그저 기력 없이 가라앉고 말았다. 얕고 가벼운 지식은 금방 드러나게 마련이기에 측은하기라도 할 텐데, 그냥 ‘안 된다’는 막무가내여서 기함했던 것. 이야기가 깊어진 뒤 맞닥뜨리는 가장 난감한 순간이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았으되 결국엔 어색한 웃음과 함께 그저 가라앉고는 했는데 또 그랬다. 왜 듣지 않는 것일까. 고집 때문일까. 늘 그게 궁금했다.

 그 친구에게 2007년에 나온 이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꼭 읽으라고 권한다. 구절구절 꼭 곱씹어 생각해보라고.

 이 책은 세계 경제가 나아갈 길을 찾는 데 쓸 나침반이다. 그 후배가 불쑥 내었던 ‘대안’이 곳곳에 담겼다. 혹시나 그가 ‘사마리아인들(선진국)’의 못된 행위를 비판하는 지은이의 명쾌한 논거와 증빙에 고착해 ‘거봐, 역시 대안은 없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노파심에서 하는 말.

 “사물의 옳고 그름을 밝히는 것, 즉 비판 자체가 곧 대안일세. 그릇된 것 바로잡는 게 대안 마련의 첫 단추 아니겠는가.”

 그를 그렇게 다독이며 ‘책과 함께 깊이 생각해보게’ 이끌고 싶다. 그에게 질문부터 몇 개 던져보자.

 “한국은 (1997년) 금융 위기 이후 과거의 성장세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한국이 ‘자유시장 원칙’을 지나치게 열정적으로 신봉하게 된 데 있다(29쪽)”는데, 우리는 왜 지나치게 열정적이었을까.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경제생활의 모든 전선-성장, 평등, 안정-에서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전례 없는 풍요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54쪽)”데 그 이유는? “개발도상국 정부가 외국인 직접투자로 인한 단기적인 혜택을 포기하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특정 부문으로 진입하는 것을 금지·규제하는 방법을 채택하는 편이 합리적(146쪽)”일 수 있을 까닭은 무엇일까. 특히 “외국인 직접투자는 ‘악마와의 거래’일 수 있다(157쪽)”는데 왜? 국영기업의 민영화에 신중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민영화한 기업을 국영으로 되돌리는 게 시민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데 정말 그럴까. 지적소유권의 “보호 기간 연장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보상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지식이 증가되고 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209쪽)”는데 진짜?

 사랑하는 후배여, 부디 이 책의 본디 제목(Bad Samaritans: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에서 보듯 ‘근거 없는 믿음’, 즉 자유무역이 세계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는 그릇된 ‘신화(Myth)’부터 깨길 바라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면 부자들은 자기 욕구 가운데 가장 하찮은 요소들까지 실현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조차 없다(267쪽)네.”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 펴냄.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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