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가 2012년부터 시행되지만, 의무 대상인 발전사업자들의 대응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RPS 시행에 따라 2012년부터 6개 발전자회사가 생산해야 할 신재생에너지 전력량은 7000~7300GWh지만, 실제 가능한 발전량은 1900~2000GWh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체발전량의 2%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하지만 이에 3분의 1도 못 미치고 있는 셈이다.
발전사들은 RPS 대비를 위해 소수력·태양광·연료전지 등 다양한 형태의 신재생 발전설비를 늘려가고 있지만 실제 가동 시기는 2~3년 뒤인데다 발전규모도 대부분이 100㎿ 이하여서 2012년 일정을 맞추는 데 사실상 물리적·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의무할당 비율이 매년 증가, 2020년에는 10%까지 늘어날 예정이어서 발전업계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발전사들은 무리하게 신규 신재생 발전설비에 투자하기 보다는 우선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에 비중을 둔다는 방침이다. REC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생산을 정부가 확인해 주는 것으로 RPS 의무량의 부족분을 타사업자의 REC 구매를 통해 충당할 수 있다.
한국전력도 RPS 시행 시 발전자회사들이 매년 4조원 이상의 건설비용과 0.7%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2015년까지는 REC 구매비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RPS 비율 맞추기 어려운 환경=발전업계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환경이 척박해 RPS 비율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존 발전 대비 낮은 발전경쟁력, 비좁은 국토, 까다로운 지자체 인허가 등은 대표적인 장애물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낮은 경쟁력을 보전하기 위해 진행되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소멸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발전사의 신재생발전 부담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행 전기료조차 원가 이하로 제공되는 상황이어서 업계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상황이다.
좁은 국토와 지자체 인허가·민원해결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최대 현안이다. RPS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신규 발전설비 건설에 나서야 하지만 환경문제로 인해 환경부와 지자체의 승인이 늦어지는 일이 잦다. 민간발전 업계에서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RPS 비율에 포함시켜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발표된 세부고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아직 남아있다. 특히 REC 입찰과 거래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궁금증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WTO가 2009년 RPS 시범사업 규정 중 ‘국산 우대’ 조항을 불공정 무역행위로 지적해 정부가 ‘지역산업 기여도’ 등의 조항을 만들었는데 이 부분이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입찰시 심사요건, 낙찰 방법, 거래시스템 마련 등은 REC 관련 초유의 관심사다.
◇제도가 정착되려면 정책적 지원 시급=지식경제부는 이번 RPS 비율에 대해 현재 발전사들의 능력보다 의무비율이 높게 책정돼 있지만, REC 거래 활성화를 통해 전체적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감안했다는 입장이다.
발전사들의 REC 구매가 많아질수록 이를 판매하기 위한 민간사업자들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가 많아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대규모 발전사들도 신규 발전소를 위한 부지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사업자들의 참여를 바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2012년에는 RPS 부족분을 채울만한 충분한 REC가 유통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정부의 계획과 달리 민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가 지지부진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RPS 전기요금 산정을 위한 전기료 인상, 설비 인허가를 위한 각 부처의 의견 조율 등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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