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며 친환경·고효율 조명인 발광다이오드(LED)조명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의 경우 2012년부터 민수 시장이 본격 열릴 조짐을 보이며 국내 LED조명 업계는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 해외 시장은 내수 부진인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을 기초체력인 동시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다.
해외에서 먼저 품질 수준을 인정받은 뒤 국내 시장으로 돌아오겠다는 이른바 ‘왕의 귀환’을 노리는 업체가 적지 않다.
◇“2012년, LED조명 빅뱅(대폭발)”=서울반도체의 한 임원은 “2012년은 LED 조명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시기”라고 했다.
이는 당장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이 낮은 백열등을 LED조명으로 전면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2012년부터 100와트(W) 이상의 백열등 사용을 금지한다. EU 소속국가들도 2012년부터 백열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법안에 전면 합의했다. 일본은 내년 3월부터 탄소세를 톤당 1만5000엔씩 부과해 LED 조명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최근 중동사태 등으로 휘발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점쳐지는 등 에너지 절약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며 전 세계적으로 고효율 조명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뱅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세계 LED조명 시장규모는 3조7000억원에 달하며 오는 2015년에는 7조4000억원으로 매년 50% 이상 급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은 좁다…해외로, 해외로=아직 LED조명이 시장 초기라 특정 기업의 브랜드 파워가 여타 업태보다는 크지 않은 만큼 전 세계적으로 시장은 혼전구도로 전개된다. 이에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속속 들려온다.
엠케이라이팅은 지난해 일본의 대형 유통설비회사와 5만개 규모의 형광등 대체형 LED조명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네패스LED는 공장형 LED조명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NXP반도체 태국 후공정 패키지 라인에 100만달러 규모의 형광등 대체형 LED조명 8000세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토디스플레이처럼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 매출 비중을 넘어선 회사도 있다. 박재환 사장은 “일본에서 한국 LED조명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다”고 말했다. 우리조명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0 라스베이거스 라이팅페어’에 참가해 현지에서 100만달러 규모를 수주하기도 했다. 국내 LED업계 빅 3도 잰걸음에 나섰다. LED TV용 LED 백라이트유닛(BLU)을 업계 최초로 상용화한 삼성LED는 지난해 1월 미국 1위의 등기구 업체인 에큐티와 LED조명 사업 협력을 시작으로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사용된 대형 LED디스플레이에 자사의 풀 컬러 LED LED 400만개를 단독 공급했다.
삼성LED는 해외 시장을 겨냥해 최근 조명용 LED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가로등 용 하이파워 LED, 실내조명용 미들파워 LED, 한 개의 LED로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멀티칩LED, 교류LED 등이다. LG이노텍은 올해 다국적 조명회사와 협력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LED조명 표준화를 위한 글로벌 컨소시엄인 자가(Zhaga)의 운영위원회 회원사기도 하다.
서울반도체는 조명용 LED 제품인 아크리치를 2009년부터 GE라이팅에 공급한 데 이어 최근 필립스도 레퍼런스(실적)로 확보했다.
후발주자인 포스코 LED는 포스코그룹으로 편입된 대우인터내셔널의 영업 채널을 통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수요 견인 정책 절실=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조명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어들과 상담할 때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 한국 내 레퍼런스(실적) 제시를 요구받을 때”라며 “자국에서조차 검증받지 못한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LED업계가 특허 공유 계약 등 기술개발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뱅크는 ‘크리-필립스 LED특허 라이선싱 체결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주요 LED 칩 기업과 조명 기업 간 특허 공유 계약이 향후 LED 조명 시장에서 성공 열쇠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조명 분야의 기술 접목과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유통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경인 디스플레이뱅크 선임 연구원은 “향후 특허 장벽 문제로 해외 LED 조명 시장 진입에는 장애가 있을 수 있다”며 “조명 업체들과 특허 공유 계약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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