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등 중동의 민주화 시위 열기가 중국으로 옮겨 가는 가운데 중국 인터넷에 ‘재스민 혁명’을 선동하는 글이 올라온 지 하루 뒤인 지난 20일. 시나닷컴·바이두 등 중국 주요 인터넷 포털 검색사이트와 웨이보 등 마이크로 블로그 사이트에는 관련 글들이 모두 한순간에 자취를 감췄다. 영단어 ‘재스민(jasmine)’뿐만 아니라 중국어 표현인 ‘모리화(茉莉花)’ ‘모리화 혁명’ 등의 검색어도 사라졌다. 중국판 ‘재스민 혁명’을 요구하는 온라인 시위가 대규모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는 양 지역의 정치 및 경제 상황이 서로 다른 측면도 있지만 중국의 가공할 온라인 검열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다.
◇인터넷 차단하는 만리장성=중국은 정부 의도와 맞지 않는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만리장성의 영단어를 빗대 ‘인터넷 만리장성(the Great Firewall)’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1998년 공안부가 ‘황금방패(金盾) 프로젝트’로 구축한 것이다.
목적은 ‘사회 안정’이지만 가공할 온라인 감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웹페이지뿐만 아니라 메일, 게임, 휴대폰 문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재스민’이 포함된 휴대폰 문자 메시지도 막혀 전송되지 않았다.
이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네트워크가 모두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기 때문이다. 인권감시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해외에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망은 모두 중국 국영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인가를 통한 온라인 소통 통제=인터넷 업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가 방식도 한몫한다. 정치적 분쟁이나 혼란을 야기하는 콘텐츠 자체 검열이 승인 조건으로 의무화돼 있다.
검열 범위는 검색어와 댓글까지 포함하며 자체 검열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ICP 인가를 몰수당할 수 있다.
구글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ICP 획득을 거부해 왔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주기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면서 압박해왔고, 중국 시장을 포기 못한 구글은 ICP를 받았다.
◇정부와 시민, 창과 방패의 싸움=중국은 이 밖에 사이버 공안 조직을 운영하는 등 인터넷에 대한 감시망을 촘촘히 하고 있지만 4억5000만명에 달하는 중국 네티즌은 기술적 우회로를 찾아내며 당국을 창과 방패의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19일 중국 온라인에 퍼진 ‘재스민 혁명’ 글 역시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또 미국 인권단체가 운영하는 중국어 인터넷사이트인 보쉰(博迅)에는 오는 27일 ‘제2차 재스민 혁명 집회’를 갖자는 글이 게시, 중국 공안 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사건으로 인터넷 검열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역에 불어 닥치는 민주화 시위대에 놀란 후진타오 주석은 자국민에 미칠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19일 직접 인터넷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후 주석은 “정보인터넷망 관리를 한 단계 강화하고 가상사회 관리 수준을 높이면서 인터넷 여론 지도 기구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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