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의 재해복구(DR) 체계는 단지 IT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행 차원의 업무연속성계획(BCP)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기업은행은 2006년부터 BCP 체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내부 리스크관리팀을 중심으로 전행 BCP와 IT BCP 체계를 확립한 것이다.
기업은행은 수지 전산센터 14층에 본점의 핵심 인력들을 위한 대체 공간과 사무기기, 네트워크를 설치했다. 본점에 재해가 발생해 업무를 보기 힘들 경우 일부 핵심 인력들이 수지 센터로 이동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본점에서 40~50명이 외환 업무를 수행했다면 대체 공간에서는 4~5명이 근무하면서 핵심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간결하면서도 필수적인 인프라를 구비했다. 기업은행은 분기에 한 번씩 모의 훈련을 통해 본점 업무마비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전행 차원 BCP 체계화=본점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지점에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엔 이동점포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지점에 화재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경우뿐만 아니라 창구 고객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해 업무 처리가 힘들 경우에도 자동화기기(ATM)와 사무기기가 있는 이동점포를 활용하도로 제도화했다.
위성을 통해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이동점포는 평상시에는 마케팅 용도로 활용된다.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청약통장을 확인하고 대출을 취급하는 등의 업무를 한다.
지점 사이의 업무 공조를 위해서는 대체점포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대체점포 제도는 A지점에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B점포의 단말기를 분리해 일부를 A점포의 업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2006년 이전부터 이미 제도화돼 있었으며 단말기 분리는 기술적으로 매우 간단한 작업이라는 게 기업은행 측 설명이다.
은행 공동으로는 금융결제원 주도 하에 대지급거래제도가 시행 중이다. 대지급거래제도란 예를 들어 기업은행의 한 지점에서 재해가 발생해 영업이 힘든 경우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등 타행의 단말기에서 기업은행의 원장을 읽어와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IT인력 측면에서는 노조원의 파업이나 다른 이유로 인해 담당자가 이탈하면 대체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뒀다. 기업은행은 비조합원 중에서 고참급 인력이나 과거 해당 업무를 담당했지만 현재는 영업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IT출신 인력들을 대체 인력으로 지정해두고 있다. 또 자회사인 IBK시스템 직원 중 일부도 활용하는 IT인력 비상계획을 운영하고 있다.
◇백업센터에 최신 면진설비 적용=기업은행의 IT BCP 체계에 따르면, 주센터에 재해가 발생하고 3시간 이내에 복구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백업센터가 가동된다. 현재 KT 목동데이터센터에 운영 중인 기업은행 백업센터는 100% 위탁 운영이 아니기 때문에 주전산기의 DB 복구와 거래 재개는 기업은행 인력들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
박희경 기업은행 정보시스템부 정보기획팀장은 “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업무 담당자들이 백업센터로 이동해 본인이 맡고 있는 역할에 따라 재해복구시스템을 가동하게 된다”며 “1년에 4차례 모의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긴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은행 백업센터의 장비들은 업무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본센터 장비 용량의 50% 이상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충분한 용량을 확보해 복구시간을 그만큼 단축시키기 위해서다. 박 팀장은 꾸준한 투자를 통해 모든 장비의 용량을 계속 추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을지로 본점에 위치하던 백업센터를 목동으로 이전하면서 최신 면진설비를 장착했다. 국내에서는 지진 발생 빈도가 낮아 주요 고층 건물을 제외하고는 면진설비에 대한 관심이 낮은 상태다. 하지만 일단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이 무사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장비들은 파손되고 만다.
기업은행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검증된 면진설비를 백업센터에 도입했다. 데이터센터의 장비에 면진설비를 적용한 곳은 국내 금융권에서는 유일하며 정부기관 몇 군데에만 사례가 있다는 게 기업은행측 설명이다.
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서버통합 프로젝트도 DR체계 강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가상화를 통해 여러 대의 서버를 한대로 통합함으로써 용량의 증설이 용이해지고 자원 활용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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