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업계, 밑지는 내수 대신 수출기업 변신

 지난해 가격 폭락으로 최악의 실적을 거둔 금융자동화기기(ATM)업계가 위기 탈출을 위한 전략으로 수출기업 변신을 선언했다.

 ‘치킨게임’ 양상으로 변한 내수시장에선 제품을 팔아도 밑지는 상황이 벌어지자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카드다.

 17일 노틸러스효성·LG엔시스·청호컴넷 등 주요 ATM업체가 올 사업계획을 속속 확정하면서 수출 목표치를 전년보다 최대 50% 늘리며 해외 진출에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지난해 업계 숙원이었던 국산 ATM을 공급하는 성과를 냈지만 저가 출혈경쟁으로 국내에선 더 이상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ATM 입찰 낙찰가가 최하 1200만원대로 전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시중은행 입찰에 ATM업계가 집단적으로 불참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올 들어 농협이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대당 가격을 일부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원가 이하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노틸러스효성(대표 손현식)은 올해 매출 목표 5000억원 가운데 60%인 300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전략을 세웠다. 수출이 내수를 압도하는 수출기업으로 완전 탈바꿈을 선언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매출 4000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수출로 달성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이 떨어지자 시중은행이 앞다퉈 ATM을 교체해 올해는 상대적으로 내수가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해외시장 확대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엔시스(대표 정태수)는 올해 ATM 수출액을 전년 대비 30% 늘린 180억원가량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ATM 전체 매출 850억원 가운데 18%인 15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올해는 환류식 ATM과 CDM 등을 주력모델로 아시아 지역은 물론이고 유럽, 북미지역으로 판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청호컴넷(대표 지창배·강대영)도 해외사업 강화를 위해 최근 해외영업 담당 임원을 추가 영입하고 조직을 재정비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출혈경쟁 여파로 1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시장에는 NCR·윈코 등 글로벌기업의 아성이 높아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메이저기업 중심으로 ‘치킨게임’의 승자가 가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양상이다.

 김상범 청호컴넷 이사는 “해외시장을 개척하더라도 원가이하의 왜곡된 내수시장이 지속되면 ATM업계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최근에는 ATM업계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ATM 구축뿐만 아니라 유지보수가 중요한 만큼 지속적인 파트너로서 가격을 회복시켜줄 것을 설득 중”이라고 전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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