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메타물질 현실화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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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리포터에서 몸에 두르면 신체를 감출 수 있는 투명망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영국의 한 저명한 과학잡지가 ‘2039년 현실이 될 기술 10가지 중 하나’로 메타물질을 이용해 만드는 투명망토를 꼽았다. 투명망토는 더 이상 SF영화 등 공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구현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줘 관심이 모아진다.

 투명망토나 초소형 광학소자 등을 만드는 근간이 되는 기술이 바로 ‘메타물질(meta material)’이다. ‘자연계에 없는 성질을 가진 인공적인 물질’로 표현되는 메타물질에 대한 연구는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민범기 교수팀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높은 굴절률을 갖는 메타물질을 구현하는데 성공하며 메타물질 연구경쟁에 뛰어들었다.

 ◇메타물질이란=메타물질은 기존에 물질의 정의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개념으로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성을 갖도록 고안된 물질을 통칭한다. 원자나 분자로 이뤄진 자연계의 물질과는 달리 메타물질의 단위 인공원자는 파장보다 훨씬 작은 인위적인 구조체로 이뤄진다. 이러한 메타물질은 전자기파나 광파에 대한 물질의 물성을 인위적으로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타물질로 만든 렌즈는 일반 렌즈보다 더욱 날카롭게 초점을 맞출 수 있어 이른바 회절한계(diffraction limit)를 극복해 세포 안의 효소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현재 광학현미경은 약 2000배 확대 관찰이 가능하나 빛의 회절 한계 때문에 200나노미터 이하의 관찰은 육안으로 불가능하다.

 관심을 모으는 투명망토에 사용되는 메타물질은 가시광선을 피하는 메타물질이다. 동시에 차세대 반도체 공정기술에도 메타물질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메타물질 경쟁적 연구=미국 MIT대가 2007년 메타물질을 ‘10대 유망 미래기술’로 선정한 이후 최근까지 사이언스, 네이처 포토닉스, 네이처 머티리얼즈 등 저명 학술지에 세계 각국 연구진이 관련 논문을 경쟁적으로 싣고 있다. 동시에 메타물질을 실제로 개발, 구현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미국 UC 버클리대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연구진이 빛의 굴절 원리를 이용한 투명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과학자들이 메타물질을 초고속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적외선과 가시광선 영역을 포함하는 더욱 넓은 스펙트럼의 주파수를 차단하는 투명망토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최근 미국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대학 연구진 역시 ‘뉴저널오브파직스’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메타물질을 개발해 투명망토의 현실화를 가능하게 했다.

 ◇고굴절 메타물질 구현=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민범기 교수팀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높은 굴절률을 갖는 메타물질을 이론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굴절률(index of refraction)은 서로 다른 매질의 경계면을 통과하는 파동이 굴절되는 정도나 투명한 매질로 빛이 진행할 때 빛의 속도가 줄어드는 비율을 말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Nature)’지 2월 17일자에 게재됐다.

 그 동안 투명망토 기술이나 음굴절(빛이 다른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에서 굴절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굴절)의 구현 등이 메타물질의 주된 연구 분야였다. 이번 연구를 통하여 극한 고굴절률 메타물질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민범기 교수 연구팀은 인위적인 값으로는 가장 높은 38.6에 달하는 굴절률을 세계 최초로 실증했다. 고굴절률 메타물질은 파장이하의 스케일에서의 투명망토 기술, 고광각 메타물질 렌즈, 고밀도 공진기, 그리고 초소형 광소자 등에 대한 연구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범기 교수는 “향후 파장이하의 높은 해상도를 지닌 이미징 시스템이나 전자기파 혹은 광파의 경로를 임의로 제어하는 전자기파나 광학소자 등을 개발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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