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타기팅(Non-Targeting)’은 온라인게임 기술 중 하나다. 단어 뜻 그대로 풀이하자면 ‘표적을 삼지 않는다’는 의미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실처럼 표적을 겨눈다’라고 풀이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반대말은 ‘타기팅(Targeting)’이다.
예를 들어보자. 게임 배경은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신화 속이다. 내 캐릭터인 전사가 적에게 화살을 날린다. 이때 타기팅과 논타기팅의 차이가 갈린다. 타기팅은 키보드의 특정키를 누르면 자동으로 적이 조준된다. 이어 발사 버튼을 누르면 화살은 어김없이 적에게 명중한다.
반면에 논타기팅은 마우스를 움직여 활을 적 방향으로 겨눠야 한다. 잘못 겨눈 화살은 빗나간다. 게임 문외한이라면 ‘그게 뭐 그리 중요한 차이냐’고 코웃음을 치겠지만 게임 개발자나 이용자들에겐 천양지차다.
개발자 입장에서 타기팅보다 훨씬 현실적인 논타기팅 기술은 어려운 과제다. 타기팅은 조준과 발사, 그에 따라 받는 데미지 등의 데이터만 처리하면 되지만 논타기팅은 거리와 각도에 화살이 날아가는 시간까지 계산해야 한다. 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이용자 입장에선 찬반이 갈린다. 타기팅에 익숙한 이용자에게 논타기팅이 귀찮을 뿐이다. 논타기팅에 적응되면 조작의 재미인 ‘손맛’을 알게 되고, 타기팅은 ‘노가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타기팅에 비해 논타기팅은 어렵게 조준하고 피해야 하니 쉽게 피곤해진다.
게임의 목적은 ‘재미’다. 레벨 향상과 아이템 획득은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게임 이용자 중에는 게임 본연의 목적을 잊은 채 남을 괴롭히면서까지도 빨리 레벨을 올리고 좋은 아이템을 탐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본말(本末)이 제대로 전도(顚倒)된 셈이다.
최근 논타기팅 기술을 쓴 온라인게임 ‘테라’가 대박을 터뜨렸다. 논타기팅 게임이 처음으로 인기를 얻은 사례다. 흥행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논타기팅의 재미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테라에 이어 게임 본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계속 등장해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위상이 더욱 굳건해지길 기대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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