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세계적인 스마트폰 단말기 업체 HTC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작년 4분기에 매출 4조원·순이익 5600억원 실적을 달성할 정도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 업체로 성장한 이 회사는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클라우드 게임 업체 등의 콘텐츠 업체를 끌어안기 시작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드웨어만으론 더 이상 지속 성장을 담보할수 없어서다.
◇다양한 콘텐츠 수혈 =HTC는 최근 연이어 두 건의 대형 인수 합병을 성사시켰다. 지난 7일 콘텐츠 관련 업체인 영국 샤프론 디지털을 4500만달러(약 530억원)를 사들이고 8일엔 40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클라우드 게임 관련 업체인 온라이브 일부 지분을 인수했다.
온라이브와 샤프론은 다소 생소한 기업들이다. 하지만 콘텐츠 유통에 특화된 기업들이란 점이 공통분모다. 온라이브는 X박스나 PS3 등 전용 게임기 없이도 인터넷을 통해 TV나 스마트폰 등에서 게임을 가능케 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업체다. 샤프론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유통, 특히 비디오 중심의 회사로 영화 제작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기업이다.
이번 투자에 앞서 HTC는 지난해엔 캐나다 e북 서비스 업체 코보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이제 책, 게임, 영화 등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콘텐츠를 한손에 쥐게 됐다. 스마트폰 제조하는 HW업체가 콘텐츠 서비스 업체로 변신하고 궁극적으론 한발 더 나아가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할 심산이다.
◇변신하는 이유는?= 안드로이드 등 OS에서 이미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가 가능한 상황에서 HTC가 독자 콘텐츠 서비스 구축에 힘을 쏟는 이유는 시장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클라우드 형태의 차별화된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즉, HTC는 스마트폰에 대한 앞선 경험에 여타 휴대폰 제조사들을 제치고 구글의 안드로이드폰(구글폰)을 세계 처음 만들었다. 하지만 차기 구글폰은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삼성전자에 한 수를 내주는 아픈 경험이 있다.
따라서 향후 단말기 경쟁기업과의 격차를 벌이기 위해 HTC는 차별화된 콘텐츠 서비스로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HTC는 이의 일환으로 우선 자체 앱스토어부터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1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HTC가 앱스토어를 시작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채용했다고 보도했다.
HTC의 움직임은 피터 초우 최고경영자(CEO)의 지난 발언도 상기시키고 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표면적인(skin-deep) 사업에 만족할 수 없으며 좀 더 깊이 있는 본질(bone-deep)에 다가가려 한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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