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적 여건을 고려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 시기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9일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20회 에너지포럼’ 주제 발표에서 박태진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5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중국·일본 등 경제대국들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미온적”이라며 “수출 의존도와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 환경을 고려해 배출권거래제 도입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산업계의 의견을 전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배출권거래제가 2013년에 도입되면 철강·시멘트·석유화학·제지 등 산업계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준비기간으로서 3년 정도 시행한 후 배출권거래제로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박태진 원장은 배출권거래제 도입 시에는 시장을 오픈마켓(open market)으로 할 지 클로즈드마켓(closed market)으로 할지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마켓은 외국에서 배출권을 구매하게 될 경우 국부 유출현상 등이 우려되며, 클로즈드마켓은 시장 형성에 어려움 등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지난 2009년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위가 세계 9위에서 8위로 오히려 상승했지만 사실상 8~9위는 비슷한 수준이라 큰 의미가 없다”며 “2009년 중국의 배출량 증가율 13.3%가 약 9억톤인데 국내는 연간 배출량이 5억톤 정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힘들게 노력해도 과연 우리가 세계 온실가스배출 저감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서 이경훈 포스코 기술총괄 환경에너지실장(상무)은 “배출권거래제가 일반론적으로는 맞지만 도입 시 주어진 여건과 특성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와 같은 산업·에너지 집약적 구조를 가진 곳에서 어떤 효과가 있을 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출권 할당에 대해서 이 상무는 “유상할당은 비용 등의 면에서 기업에 상당히 치명적”이라며 “초기에는 무상으로 시작하고 유상은 단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유상으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조홍식 서울대 법학부 교수는 “시장친화적인 배출권거래제의 도입이 당장은 기업에 어려움을 준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산업계가 고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잘 설계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말했듯 가야할 길이라면 먼저 가는 게 맞다”며 “배출권제도 도입을 할 때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 세부 조정(fine tunning)을 하면 논란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패널 토론에 참석한 노종환 한국탄소금융 사장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통해 녹색기술의 입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처럼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운영돼 제품가격에 탄소가격이 적정히 반영되고, 이에 따라 녹색기술의 입지가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탄소시장에서 유럽연합(EU)이 주도권이 있다는 사실보다는 녹색기술에 투자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도 사회적으로 녹색기술에 대한 어떤 지원 메커니즘을 만들어나가야 할 지 고민해야 하며, 배출권거래제의 제도상 문제점은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세부 조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