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난개발] 와이파이 난개발…속터지는 스마트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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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스마트폰 이용자 사이에 와이파이 속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무료로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와이파이족’이 늘었기 때문이다. 통신사별 와이파이 속도를 비교해 놓은 자료도 인터넷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사용자들은 왜 이렇게 와이파이 속도에 민감할까. 당연히 사용자 편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사업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와이파이는 지난해 9월에 표준이 완료된 IEEE802.11n 제품이다.

 802.11n 제품은 이론적으로 600Mbps의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실제로 통신사들이 설치하는 와이파이 속도는 이론상 300Mbps, 실제로는 150Mbps 수준이다. 광 인터넷(100Mbps)을 능가하는 속도다.

 물론 하나의 와이파이 AP에 다수의 사용자가 접속하기 때문에 속도는 이보다 많이 떨어진다. 실제 측정속도는 10Mbps 수준으로 3세대(3G) 이동통신인 HSPA(14Mbps)보다 높지 않다. 하지만 10Mbps가 보장되는 곳도 많지 않다. 와이파이 AP 간 전파간섭 때문이다.

 현재 통신사가 투자하는 802.11n 2.4㎓ 제품이다. 2.4㎓ 제품은 13개의 주파수 채널이 존재하지만, 기존 802.11b/g 제품과의 주파수 혼선을 피해 사용할 수 있는 채널은 3개에 불과하다. AP 전파가 도달하는 거리 내에서 3개의 AP밖에 설치할 수 없다는 말이다.

 보통 12~13데시벨(dB) 출력을 사용하는 실내용 AP의 경우 전파 도달거리는 반경 20~30m. 대형 커피전문점 한 곳에 3개의 AP 정도를 설치하면 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한 곳에서도 수십개 AP가 검색되는 인구 밀집지역에서는 요원한 기대다.

 결국 기술적으로 간섭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통신 3사는 와이파이 확대를 강행하는 셈이다.

 이 같은 와이파이 난개발을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사용자는 물론이고 관련 전문가들도 수 없이 많은 지적을 해왔다.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항목은 와이파이 투자를 진행하는 통신 3사만이라도 협의 하에 계획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 없느냐는 것이다.

 실제 와이파이 초기 SK텔레콤은 와이파이 투자에 앞서 있던 KT에 와이파이 공용 사용을 제안한 적이 있다. 하지만 조기 투자를 단행했던 KT가 마케팅을 이유로 이 조건을 수용하지 않았다. 전략적으로 투자한 와이파이 AP를 공유할 경우 경쟁사 대비 우위를 그대로 양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의 중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와이파이 난개발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정부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 못했다.

 결국 ‘와이파이 수(數)=스마트폰 경쟁력’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되자, 통신 3사는 경쟁적인 와이파이 확대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지금이라도 통신 3사의 협상이 불가능하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선투자를 단행한 통신사에 대한 보상을 전제로 한다.

 통신사 간 합의 이외에 기술적인 해결 방안도 존재한다.

 802.11n 표준은 2.4㎓와 5㎓ 대역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5㎓ 대역은 2.4㎓ 대역과는 달리 유효 주파수 채널이 20개에 달한다. 2.4㎓의 7배가 넘는 활용이 가능하다. 물론 기존 아이폰 등 스마트폰은 2.4㎓밖에 지원하지 않지만, 대용량 트래픽 유발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패드는 5㎓ 동시 이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현재 5만원 이하인 2.4㎓ 대역 AP보다 5㎓ 장비가 두 배 정도 비싸다는 점이다. 통신사가 투자비를 늘려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장비 효율을 고려하면 오히려 투자비가 줄어든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 와이파이 난개발은 상황이나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라며 “투자의 목적을 통신사가 아닌 사용자 편의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설명: 와이파이 사용자가 서울 인구밀집지역에서 측정한 와이파이 속도 측정치.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