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자금 IT·엔터테인먼트 `블랙홀`

바이오시밀러 업체인 코리아본뱅크의 신영복 사장(46)은 럭비선수 출신이다. 격한 운동을 하다 보니 골절상으로 다치는 일이 잦았고 인공관절 등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창업했다.

처음에는 미국의 다국적 인공관절 전문회사인 엔도텍의 국내 총판으로 시작했다. 미국의 존슨&존슨, 독일의 짐머 등 대기업 제품과 달리 이 회사는 티타늄 재질의 인공관절을 생산해 국내 의료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기존 대기업 제품은 코발트 크롬을 사용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 사장은 "지난 2008년 엔도텍의 창업자 두 분이 나이 때문에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할 수 없게 되면서 그동안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왔던 것을 바탕으로 인수를 제의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벤처투자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도움을 받아 인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경형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사는 "투자를 결정한 것은 코리아본뱅크가 단순한 수입업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엔도텍 제품 판매로 거둔 수익 대부분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서 뼈 대체재 촉진물질을 개발하는 등 기술력도 갖추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리아본뱅크는 지난해 정부가 선정한 소재분야 글로벌 1위 기업에 뽑히기도 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도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았다. 중동 투자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코리아본뱅크가 중동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열어주는 등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그 사이 코리아본뱅크는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며 고용과 매출액에서 4배의 성장을 일궈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코리아본뱅크의 코스닥 상장으로 300% 이상의 수익을 실현했다.

지난해 벤처캐피털의 투자실적이 10년 만에 1조원을 돌파하면서 불었던 벤처투자 열기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청이 창업투자회사 88곳을 대상으로 올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신규 투자 규모가 작년보다 증가한 1조2000억원에 달했다.

정책금융공사와 국민연금 등의 출자 확대로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창투사 투자여력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이 34.1%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반 제조(31.0%), 엔터테인먼트(14.0%) 등에 투자가 몰릴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는 일반 제조가 28.4%로 가장 많았다.

중기청은 올해도 정책금융공사와 모태펀드의 레버리지 효과로 약 1조4280억원의 신규조합 결성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모태펀드는 신성장ㆍ녹색분야 등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고 이를 위한 벤처펀드 결성에 2285억원을 출자해 투자 상승세를 계속 유도해간다는 방침이다.

서승원 중기청 창업벤처국장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유망기업에 대한 옥석이 가려졌고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바탕으로 창업과 벤처기업이 크게 늘면서 투자 대상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창업 후 3년 이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창업초기펀드 운용사ㆍ출자자에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성과보수 지급을 위한 기준 수익률(IPR)을 기존 5%에서 0%로 하향조정하고 IPR 5%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면 모태펀드가 취득할 초과수익의 50%를 펀드에 참여한 다른 출자자와 운용사에 배분하게 된다.

또 3년이 지나도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5% 이상이고 매출액이 10억원 이하인 기업은 창업초기기업으로 인정하는 등 투자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기청은 또 올해부터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지원과 창투사의 글로벌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 공동펀드도 조성할 예정이다. 연내 이스라엘, UAE 등 자본력과 기술력 있는 외국 주요 국가들과 1억5000만달러 규모 공동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창업법을 개정해 창투사에 대한 규제(해외투자 한도 40% 이내, 국내 기업 10% 이상 선투자)도 완화할 예정이다.

도용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벤처캐피털이 제 역할을 하려면 규모가 더 커져야 하고 다양한 분야 투자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며 "벤처캐피털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내 투자는 물론 더 적극적으로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최용성 기자/조한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브랜드 뉴스룸